원·위안화 서울 직거래시장이 다음달 1일로 개장 1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12월 하루 8억8,000만달러에 불과했던 거래규모는 지난 3·4분기 일 평균 22억9,000만달러로 두 배 넘게 늘었다. 1996년 개설했다 거래부진으로 4개월 만에 문을 닫은 원·엔 직거래시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현물환시장의 그림자라고 할 수 있는 선물환시장을 보면 온도차가 크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5일 개장한 위안 선물시장은 누적 거래규모가 고작 26억5,000만원(일 평균 7,0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무역결제가 미미하다 보니 파생상품을 통해 외환 리스크를 '헤지'하는 선물환시장도 덩달아 '개점휴업' 상황인 것이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의 외환 리스크를 줄여주는 파생금융상품이 거의 없다 보니 장내든, 장외든 선물환시장에서도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거래시장이 없는 엔과 유로 선물거래 현황을 보면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의 현주소는 극명히 드러난다. 같은 기간 엔 선물의 경우 거래규모가 5,552억7,000만원에 달한다. 유로 선물은 2,042억7,000만원이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엔화와 유로화의 경우 직거래시장은 없지만 해당 통화의 무역 결제수요가 제법 크기 때문에 선물시장에서도 헤지를 위한 거래가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원·위안화의 경우 늘어난 현물환 거래규모의 대부분이 금융기관 간 거래인 가수요에 의지하고 있는 셈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3·4분기 통관 기준 대중국 수출 중 위안화 결제비중은 3.4%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반쪽짜리'에 그친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이 상하이에도 개설될 경우 우리나라가 위안화의 금융 허브로 도약하는 데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훈기자 세종=이태규기자 ksh25t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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