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판이 바뀌어야 합니다. 통신 3사들이 하나의 지향점을 바라보면 힘듭니다."
9일로 대표 취임 1주년을 맞은 장동현(사진·52)SK텔레콤 사장이 7일 저녁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자사의 CJ헬로비전 인수 추진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KT와 LG유플러스를 겨냥해 "서로 강점이 다르니, 잘하는 부분을 보고 자기 갈 길 가는 게 좋다"며 이같이 말했다. 통신업계가 성장 한계에 처한 상황에서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만약 인수합병이 이뤄지면 SK 측의 유료방송 가입자(IPTV(인터넷TV)와 케이블TV)는 SK브로드밴드(335만여명)와 CJ헬로비전(420만명)을 합쳐 755만명으로 1위인 KT(IPTV 615만명+위성방송 200만명)를 바짝 추격하게 된다. 이동통신 1위인 SK텔레콤이 IPTV와 케이블TV, 이동통신 서비스, 초고속인터넷 등의 결합상품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경쟁사들은 "통신에 이어 방송까지 독점력을 확대해 시장경쟁 활성화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장 사장은 "우리도 KT와 KTF 합병 당시 반대했지만 결국 합병했고, LG유플러스는 유선에서 파워콤을 가져오고 데이콤 가져와 성장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특히 유선방송시장 장악 우려에 대해 그는 "그 부분에서 1등 전혀 관심 없다"며 "어차피 (합산규제법에 따라 시장점유율이) 33% 한도로 묶여 있는데 1~2등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의미 없다"고 일축했다.
인수 추진 과정에서의 뒷얘기도 털어놨다. 그는 "CJ그룹과 대화를 시작한 것은 오래됐지만 인수와 관련해 구체적인 대화가 오간 것은 지난 9월로 서로 요구 조건이 합리적인 수준이어서 협상을 많이 할 필요 없이 빨리 인수논의가 진행됐다"며 "씨앤엠 인수건도 이와 별도로 이야기가 오갔으나 조건이 안 맞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수 배경에 대해 "SK브로드밴드 경쟁력이 떨어져 콘텐츠가 좋든 네트워크가 좋든 하려면 투자가 필요하다"며 "CJ 측도 콘텐츠를 키울 수 있는 등 여러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사장은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아쉬운 것만 생각한다"며 "(이동통신서비스에서) 시장 점유율이 50% 아래로 떨어지고 단독으로 영업정지도 맞았으며 매출이 지난해 대비 초유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자성했다. 실제 SK텔레콤은 올해 매출이 2·4분기에 이어 3·4분기에도 전년동기 대비 뒷걸음질 쳤고 영업이익도 3·4분기 들어 하락세로 반전됐다. 물론 다른 이통사들도 2·4분기부터 실적이 동반하락했지만 통신사들이 신시장을 개척하지 않고는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차세대 플랫폼의 한 축으로 스마트 홈 서비스에 나서고, 다양한 산업생태계를 만들어 동반성장하며, TG앤컴퍼니와 손잡고 실구매가 10만 원 안팎의 중저가 스마트폰인 '루나'폰 돌풍을 일으킨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장 사장은 "먼저 치고 나갔을 때는 어려움이 있고 실패 가능성도 있지만, 뒤쳐지는 것 보다는 앞서 나가는 것이 맞다"며 혁신을 강조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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