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년은 머신러닝(기계학습)이 전 산업 분야에 적용될 것입니다. 한국은 머신러닝 산업의 강자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에릭 슈미트(60·사진) 구글 지주사 알파벳 회장은 29일 '스타트업의 미래와 글로벌 전략 특강'에서 "5년 전에는 모바일퍼스트(모바일 우선)를 말했고 지난해에는 모바일온리(모바일 최우선)를 역설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구글의 스타트업 육성 기관인 '캠퍼스 서울'에서의 특강을 위해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한 슈미트 회장은 이날 특강에서 머신러닝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머신러닝은 컴퓨터를 인간처럼 학습시켜 스스로 규칙을 형성하도록 해 새로운 데이터가 입력됐을 때 데이터 결과를 예측하고 실행하는 인공지능의 한 분야다. 예컨대 인간의 간섭 없이 안전하게 승객을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무인주행자동차 기술도 머신러닝의 분야로 보면 된다. 슈미트 회장은 구글이 머신러닝 분야에 관심을 갖고 구체적인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무인주행자동차와 헬스케어, 이미지 분석 등 복잡한 정보를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 분야에 머신러닝이 주로 쓰일 것"이라며 "구글은 모바일에서 나아가 머신러닝에 주목하고 현재 100여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슈미트 회장은 말했다. 그는 "아시아의 수억명이 빈곤층에서 중산층으로 이동하게 되면 이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중산층의 관심은 머신러닝 적용 분야인 안전과 건강 그리고 교육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인도·인도네시아 등 신흥 아시아 시장이 굉장한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한국이 머신러닝 산업을 육성하는 데 적합하다고 봤다. 슈미트 회장은 "머신러닝이 성공하려면 데이터가 많아야 하는데 한국은 그런 점에서 강자가 될 확률이 높다"며 "구글의 서울캠퍼스서 만난 스타트업들이 최신 머신러닝 기술을 많이 활용하고 있는 것이 인상 깊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스타트업에 늘 따라다니는 위험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그는 "인생은 참 짧다"고 운을 뗀 뒤 "젊었을 때는 나이가 더 들어서는 할 수 없는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 계속 시도하고 도전하면서 실패를 용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 주도 스타트업 생태계는 일반적으로 많은 위험을 부담하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스타트업 생태계가 필수적인 위험을 안지 않으려 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적 토양이 필요한데 정부 주도 생태계는 실패를 딛고 일어설 여건을 조성하는 데 여러모로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강연 내내 한국에 대한 애정을 밝힌 슈미트 회장은 "한국은 정보기술(IT) 인프라가 뛰어나고 근면 성실하며 좋은 교육을 받은 국민도 많아 잠재력이 엄청난 국가"라며 "앞으로 여성들의 경제 활동 참여가 더 많아진다면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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