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의 56%를 차지하는 신흥국의 성장세가 멈췄다는 주장이 나왔다.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기업도 개별국가에 맞는 차별화로 성장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은 3일 발표한 ‘신흥국의 신흥시대 끝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09년 4.3%포인트였던 선진국과 신흥국의 성장률 격차는 지난해 2%포인트 대로 줄어들었다. 2010년대 들어서면서 세계 경기를 이끌었던 신흥국의 성장 동력이 그만큼 약해진 셈이다.
무엇보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던 중국의 성장전략 변화가 큰 원인이었다.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성장률보다 신흥국 성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이 바로 중국의 투자율 하락과 소비중심 성장”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세계투입산출표에 따르면 중국의 고정자산투자가 교역상대국의 부가가치(GDP)를 늘리는 효과는 소비의 평균 2.1배에 달한다. 그만큼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등은 타격을 크게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연구원이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대중국 의존도는 세계 6위에 달한다.
중국의 투자율 하락은 상당기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GDP 대비 투자율은 크게 낮아지고 있진 않지만, 투자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절반 수준인 10% 초반에 그치고 있다.
수출을 통해 이뤄지는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의 경기 파급력도 약화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6~2010년 0.68이었던 선진국 경제성장률과 신흥국의 대(對) 선진국 수출 사이 상관계수는 2011~2015년 1·4분기에 0.26으로 반토막났다.
글로벌 분업구조 성숙화로 인해 신흥국으로 투입되는 직접투자도 줄고 있다. 세계 교역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 것도 신흥국의 성장세를 떨어뜨리는 데 한 몫 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세계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1%에 달했던 중간재는 지난해 58%로 낮아졌다. 금액을 기준으로 할 때는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원자재 가격의 하락으로 주요 원자재 수출국의 제조업 기반은 더욱 악화했다. 실례로 브라질의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17.1%에 달했지만, 2010~2014년에는 12.6%까지 떨어졌다. 연구원은 일부 국가의 경우 ‘네덜란드 병’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 병이란 자원수출로 일시적인 경제호황을 누렸던 국가에서 물가와 통화가치 상승으로 제조업이 쇠퇴해 경기침체를 겪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렇다 보니 신흥국들도 차별화의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이다. 외부 환경으로 고성장을 이뤘던 환경이 바뀐 만큼 강점인 분야를 중점 발전시키는 전략을 선택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신흥국 수출은 56%, 부가가치 면에서도 신흥국 수출은 GDP의 23%를 차지한다”며 “신흥국마저 구조적 저성장세에 접어든 만큼 우리 경제가 내수성장을 통해 수출주도 성장의 한계를 극복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은 중국 등 일부 거대국가의 경우 도시화가 더욱 진전되고 핵심소비계층이 커지는 데다 내수확대 정책으로 소비시장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차별화를 고려한 전략의 재검토도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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