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의 강력한 규제개혁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특히 지방에 자리한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손톱 밑 가시'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업종을 막론하고 지자체 단계에서부터 손톱 밑 가시를 뽑아내는 구체적인 규제개혁 실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도시계획위원회의 기능 정상화다. 그동안 지방도시계획위원회는 입안권자의 자의적 운영과 비정기적 회의 개최, 회의결과 비공개, 위원명단 비공개 등으로 비판을 받았다. 이에 국토교통부가 지방도시계획위원회 운영 가이드라인을 지자체에 배포하는 등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개선이 일부 이뤄지기는 했다. 하지만 투명한 심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심의 종결 후 신속한 회의록 공개, 중소기업 입장을 반영하는 위원 구성 등 핵심 과제들은 여전히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수도권 지역의 경우 인허가 요청 처리 건이 수십개씩 쌓여 있는 상황에서 도시계획위원회가 심도 있는 평가를 진행하기보다는 담당 공무원의 요구와 입맛에 맞춰 사실상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인들이 규제로 인해 입게 되는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 받을 수 있는 제도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미흡한 사후구제 시스템을 강화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더 나아가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가장 모범적으로 규제개혁을 추진하는 나라로 꼽히는 호주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피해에 대해서는 은혜적 금전보상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엄격한 규정이 없이도 재무부 장관이나 소속 공무원들이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상황을 심사해 재량적으로 금전적 피해에 대한 보상을 실시하는 게 특징이다. 호주 정부 당국의 행정 행위나 정책 집행 때문에 의도되지 않은 불평등한 결과나 손해를 입힐 경우 요건이 성립되지만 금전보상 외에 다른 수단이 없을 때 주어지는 최후의 조치로 활용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행정심판보다 소송비용과 소송으로 인한 명예훼손 등의 우려가 없는 옴부즈맨 제도를 오래전부터 적극 활용하고 있다. 행정 옴부즈맨 외에도 의회 옴부즈맨으로 범위를 확장시켜 운영하는 게 특징이다. 아울러 다수의 지방 행정법원을 설치해 지방에서의 규제 피해에 대한 사법적 구제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김신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규제유연법에 근거를 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규제를 적용할 때 차등을 두는 경우가 많은 반면 한국은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일관되게 규제가 대부분 적용돼 사실상 역진성이 크다"며 "규제영향 분석 시 중소기업영향평가 강화, 사전 규제심사 기간 연장, 사후구제 제도 강화 등 종합적인 접근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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