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재고 늪'에 빠진 한국경제] 제조업 악성재고 눈덩이… 헐값에 풀리면 '디플레 독버섯' 키운다

더딘 경기회복에 글로벌시장 재고 소화능력 뚝


재고의 역습이 시작됐다. 경기 사이클이 정상적으로 선순환할 경우 재고는 경기회복의 지렛대 역할을 한다. 하지만 더딘 경기회복에 따라 악성재고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누적된 재고가 기업의 정상적인 생산활동을 가로막아 '생산절벽'이 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금리인상기에는 기업들이 무리하게 재고 처리에 나서는 과정에서 가뜩이나 낮은 물가를 더 끌어내려 디플레이션을 촉발하는 독버섯이 될 수도 있다.

제조업 재고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가장 큰 이유는 좀비기업들이 정리되지 않은 데 있다. 윤우진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장 원리만 놓고 보면 정리돼야 할 철강·석유화학 기업들이 저금리, 정책금융 지원 등으로 연명하면서 제품이 안 팔려도 꾸준히 생산해 재고를 쌓아올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철강업 중 대표적 생산품인 합금철의 재고량은 2009년 1만8,000메가톤에서 올해 9월 14만5,000메가톤으로 8배나 급증했다. 강관 재고량도 같은 기간 21만1,000메가톤에서 28만5,000메가톤으로 7만4,000메가톤(35%) 늘었다. 석유화학의 기초 제품인 에틸렌도 같은 기간 4만1,000메가톤에서 6만5,000메가톤으로 1.6배 불어났다. 기업들이 '이번 고비만 넘기면 어떻게든 회생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연명하며 재고를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재고량이 수요·공급 법칙을 무시하고 꾸준히 상승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전 세계 경제의 예상 밖 장기침체와 이에 따른 심각한 수요둔화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경제가 살아난다는 관측을 믿고 기업들은 재고를 늘렸지만 결국 경기는 살아나지 않아 재고가 쌓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세계 경제 성장률은 2009년 -2%로 곤두박질친 후 2010년 4.1%로 반등하는가 싶더니 2013년부터는 줄곧 2%대에서 '게걸음' 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도 "우리 제조업 제품의 70%는 수출로 팔려나가는데 금융위기 이후 세계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해 재고를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만 놓고 보면 기업들이 금융위기 이후 국민들의 소비패턴에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을 간과한 측면도 있다. 고령화가 가속화하고 가계부채가 급증해 사람들이 소비성향을 줄이는 '소비 리스케줄링'이 일어나고 있지만 기업들은 이전처럼 제품을 생산했다가 막대한 재고를 떠안고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 가계 평균소비성향(전국 2인 이상 가구, 명목기준)은 2010년 77.3%에 이르렀지만 올 2·4분기 현재 통계작성(2003년) 이후 최저인 71.6%까지 추락했다.

문제는 이 같은 재고 급증세가 내년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김 연구위원은 "재고가 쌓여 있어 앞으로 생산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고 그만큼 경제성장세를 갉아먹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이전에는 80%대였지만 최근 70%대 중반으로 하락했다"며 "이 수치가 60%대까지 낮아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2011년 80.5%에서 올 3·4분기 74.6%까지 내려갔다. 내년에도 세계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한다면 쌓아놓은 재고는 생산을 압박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고가 계속 늘어나면 앞으로 생산이 늘기보다는 재고부터 소진되기 때문에 그만큼 성장의 힘이 약해진다"며 "기업들도 어떻게든 재고를 소진해야 하기 때문에 저가로 제품을 시장에 대거 내놓을 것이고 이는 디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