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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통해야 글로벌 입지 굳힌다" 독자브랜드로 고급 세단시장 공략
저유가·엔저 등 고비마다 구원투수… 제네시스 성공 가능성 이미 확인
내년 현대차 재도약 변곡점 될듯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LA) 시내 중심에서 동남쪽으로 50k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파운틴밸리시(市). 인구 5만5,000여명의 작은 도시인 이곳에 지난해 초 연면적 4만여㎡ 규모의 6층짜리 최신식 건물이 완공됐다. 현대자동차 미국판매법인(HMA)의 신사옥이다. HMA는 미 전역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835개 딜러조직을 대상으로 판매·마케팅 전략을 진두지휘하는 사령탑이다.
16일(현지시간) 찾은 HMA 신사옥은 활력과 생기가 돌았다. 올 10월까지 현대차의 미국 판매대수가 전년동기 대비 5% 늘어나는 등 호조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지난달 말 지난 1985년 법인 설립 30년 만에 누적판매 대수 1,000만대 돌파라는 경사를 맞았기 때문이다. 데이브 주코브스키 HMA 사장은 "구형 아반떼(미국명 엘란트라)가 기록적인 판매액을 올리고 신형 투싼의 성공적 론칭으로 판매가 두 배 이상 늘어 올해 6년 연속 연간 최다 판매기록 경신이 유력하다"면서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이후 첫 모델인 'G90(한국명 EQ900)'과 현 2세대 제네시스의 연식변경 모델인 'G80'이 가세하는 내년은 현대차에 새로운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초 국내에 제네시스 EQ900을 출시하는 현대차는 내년에 G90이라는 이름으로 미국 고급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다. 경쟁 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와 BMW7 시리즈, 렉서스 LS 등이다. 미국은 럭셔리 세단의 최대 판매시장이자 가장 경쟁이 치열한 격전지인 만큼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제네시스라는 브랜드로 전 세계 고급차 시장의 문을 두드린 이상 피해갈 수 없는 길이다. 고급차의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성공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동차 전체 판매량에서는 2009년부터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고급차에서는 여전히 최대 시장이다. 지난해 총 200만대의 고급차가 판매돼 중국(180만대)을 제쳤다. IHS에 따르면 오는 2020년께 미국 고급차 시장은 25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독립 브랜드로서 제네시스의 성공 가능성도 이미 확인했다. 독립 브랜드가 아닌 일반 브랜드의 차종으로 팔리는 2세대 제네시스가 올 들어 지난달까지 전년동기 대비 38.2% 증가한 2만726대가 판매돼 2008년 첫 출시 이후 역대 최다 판매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고급 브랜드의 간판 모델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드럭셔리 세단' 차급에서 올 10월 현재 제네시스의 점유율은 11%로 벤츠 E클래스와 BMW5 시리즈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HMA는 내년에 제네시스 브랜드를 안착시키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제네시스가 2020년까지 총 6개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인 만큼 5개년계획을 수립해 순차적으로 신차를 출시하며 별도 딜러망 확충에 나설 예정이다.
한창환 HMA 법인장은 "2000년대 들어 꾸준히 판매량이 늘다 처음으로 전년 대비 역신장했던 2008년이나 저유가·엔저를 등에 업은 미국·일본 차의 공세가 강화된 2013~2014년의 고비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한 차종이 바로 제네시스였다"며 "1·2세대 모델을 거치면서 차량으로서의 제네시스가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새로운 모멘텀이 됐듯이 이제 독립 브랜드로서 세계 유수의 고급차 브랜드와 경쟁하며 추가 도약을 위한 발판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운틴밸리=성행경기자 sain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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