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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금리인상] 한은 이번엔 '금리 역주행' 할까

■ 통화정책 방향은

시원찮은 국내경기 회복세에 정부도 노골적으로 인하 요구

내년에는 동결 가능성 높아

이주열 "국내상황 고려 결정" 2017년 이후나 인상 나설듯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에 비춰볼 때 한국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평균 약 9개월의 시차를 두고 따라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다. '역주행(금리 인하)' 얘기까지 나온다. 미국 따라 금리를 올리기에는 국내경기 회복세가 신통찮아서다. 심지어 정부는 내년 경기진작을 위해 한은에 금리 인하를 노골적으로 요구한 상태다. 17일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난 이주열 한은 총재가 미 금리 인상에 따른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아낀 것도 이같이 복잡한 심경 때문이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일 기준금리를 6개월째 1.5%로 동결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마지막으로 올렸던 것은 2011년 6월.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2%까지 떨어졌던 금리를 3.25%까지 높여놓았다. 그러나 경기회복 흐름이 뚜렷하지 않자 한은은 다시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고 사상 최저치인 1.5%까지 끌어내렸다.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고 해서 한국이 곧바로 따라 올릴 필요는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우리 통화정책은 국내 경제상황을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경제성장을 중시하는 정부는 오히려 한은에 금리를 추가로 내리라고 요구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에서 "한은이 물가안정목표를 새로 설정한 것을 계기로 거시경제정책을 실질 성장률 중심에서 실질과 경상 성장률(실질 성장률+물가)을 병행해 관리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성장률이 안 되면 물가라도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다. 당장 내년 상반기 중 소비자물가가 1.5%에 미치지 못하면 한은은 더 거세게 금리 인하 압박을 받을 공산이 크다.



해외 투자은행(IB)도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여전히 살아 있다고 본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중국 및 신흥국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하거나 내수회복세가 약화될 경우 내년 하반기 중 한 차례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봤다. 바클레이스는 내년 1·4분기, 골드만삭스는 2·4분기를 금리 인하 시점으로 찍었다. 씨티그룹은 내년 4월 전후로 두 차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데 한은이 '역주행'을 하기는 아무래도 부담이 크다. 무엇보다 미국 금리 인상이 내년에도 서너 차례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외국인 자본유출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이미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최근 12일째 순매도 중이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가 좁혀진 상태에서 중국 등 신흥국 불안으로 국제금융시장이 출렁일 경우 환율 변동성까지 증폭될 수 있다.

기준금리 인하 압박을 버텨낸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경기 때문에 연내에 단행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은이 물가 등 국내경기상황을 우선 적으로 고려해 기준금리를 결정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동결 가능성이 높고 오는 2017년에 경기가 회복되고 나서 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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