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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말 롯데물산 임원회의실. 광복 70주년 마케팅을 놓고 임원진이 모여 머리를 맞댔다. 너도나도 광복절 마케팅에 나서는 만큼 이목을 집중하기 위해 차별화 지점이 필요했다. 갑론을박이 오갈 때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가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대한민국 가장 높은 곳에 태극기를 부착해 봅시다. 광복 70주년에 맞게 70층 높이에 태극기를 달 수 있는 건 우리 밖에 없지 않습니까." 대한민국 랜드마크라는 롯데월드타워 상징성까지 충분히 부각할 수 있는 시의적절한 시도라는 판단에 참석자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최고 높이, 최대 크기의 '태극기 부착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됐다. 하지만 곧바로 난제들에 봉착했다. 우선 태극기를 어떻게 달 것이냐가 최대 관건이었다. 초대형 태극기를 게양하는 방식은 안전성 등을 감안해 제외했다. 대신 건물에 부착하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4조원 가치의 초고층 빌딩에 초대형 태극기를 붙였다가 건물 외벽이 상하기라도 하면 낭패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 때문에 롯데물산은 나중에 쉽게 떼어낼 수 있는 탈부착형 태극기를 고안, 1억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 태극기 부착에 나섰다. 조각 조각 퍼즐 맞추듯 대형 태극기를 커튼월(유리 외벽)에 붙이기 위해 일일이 수작업을 거쳐야 했다. 고층 빌딩의 유리창 외벽 청소 시 동원되는 특수 장비 BMU(곤도라 같은 것)를 활용해 8월 3일부터 작업이 이뤄졌다. 7일 간 15명의 작업자들이 일 평균 11시간씩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맞서며 태극기를 완성해 나갔다. 이 같은 땀과 노력 덕분에 태극기는 광복 70주년에 맞춰 국내 최고 높이에서 웅장한 위용을 드러낼 수 있게 됐다. 태극기는 일제치하 36년을 잘 버텼다는 의미로 가로 36m, 세로 24m로 제작됐다. 롯데월드타워 57층부터 70층 구간 336개 커튼월에 부착된 국내서 제일 큰 태극기다.
좋은 취지로 시작한 광복절 홍보 마케팅이었지만 뜻하지 않은 상황이 발목을 잡았다.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문제와 함께 롯데그룹의 국적 논란이 불거지면서 태극기 부착이 이를 의식한 애국심 마케팅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생겼다. 본 취지가 왜곡돼 전달되는 일이 없도록 롯데물산은 태극기 부착 이벤트를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나라 사랑 캠페인'으로 일관되게 이어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롯데물산은 국내 최대 태극기 부착 이벤트에 이은 두 번째 '나라 사랑 캠페인' 일환으로 통일 염원을 담은 대형 글귀 '통일로 내일로'를 지난 1일 롯데월드타워 43~58층에 부착했다. 내년 1월 1일에는 희망을 테마로 세계적 라이브 드로잉 아티스트와 협업, 국민에게 새해맞이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대한민국 최고 높이에서 광복·통일·희망 등 여러 메시지를 전하며 나라 대표 상징물을 만들어 '관광보국'에 일조하겠다는 진정성을 끊임없이 알리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롯데월드몰이 개장 1주년을 맞았다. 안정성 논란 등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했지만 '아시아 랜드마크'로 육성하겠다는 롯데의 대형 프로젝트는 흔들림 없이 진행되고 있다. 123층 규모로 세계 6번째 초고층 건물 롯데월드타워는 현재 80%에 가까운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내년말 께 롯데월드타워가 완공되면 제2롯데월드(롯데월드몰·롯데월드타워)는 국내 갖가지 최다·최고·최대·최초 기록을 품에 안게 된다.
롯데월드타워는 대지면적 8만7,183㎡(2만6,373평), 전체 연면적 80만7,614㎡(24만4,303평)에 이를 정도로 크다 보니 단지 내 주요시설 또한 국내외 최대·최고 규모를 자랑한다. 국내 최대 규모의 명품백화점인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은 연면적만 7만7,702㎡(2만3,505평)로 225개의 국내 최다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역시 국내 최대규모로 420개의 가장 많은 브랜드가 들어섰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의 경우 아시아 최대 규모 영화관으로 총 21개관에 4,600석을 갖췄다. 이 중 21관 '수퍼플렉스G'는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최대 스크린(34m*13.8m)이다. 국내 최대 도심형 수족관인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총면적만 1만1,240㎡(3,406평)로 국내 최다인 650종 5만5,000여 마리의 생물이 있다. 85m의 국내 최장 수중터널과 수도권 최대 5,300t 메인 수조로 이뤄져 규모 면에서 월등하다.
전자제품 전문점인 하이마트 월드타워점 역시 국내 최대 규모로 매장에 9,000여종의 제품이 구비됐다. 내년에 모습을 드러낼 국내 최초 빈야드(무대를 객석이 둘러싸는 형태) 스타일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인 롯데홀은 총 공사비만 1,200억원으로 기업 공연장 단독 투자로는 최대 규모다.
2016년 말 위용을 드러낼 롯데월드타워는 세계 6번째 높은 마천루로 금융센터, 프리미엄 오피스텔, 6성급 호텔 등이 자리할 예정이다. 특히 117층부터 123층의 전망대 '스카이 123'은 지상으로부터 500m 높이에 위치해 '부르즈 할리파' 전망대(452m)보다 48m 높다. 맑은 날이면 인천 앞바다까지 조망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로 기록될 전망이다.
76층(320m)부터 101층(414m)에 들어서는 6성급 호텔 역시 국내 최고 높이의 호텔 등재를 눈앞에 뒀고, 85층에는 국내 최고 높이의 실내 수영장도 들어선다. 총 비상계단 수도 1만2,000개로 국내에서 가장 많다. 국내 최초로 도입된 최고 속도, 최다 탑승인원의 '더블덱 엘리베이터'도 선보일 예정이다. 1분에 600m를 이동할 수 있으며, 27명씩 54명이 한 번에 탑승 가능한 국내 최대 규모다.
노 대표는 "각종 최다·최고·최대·최초 기록을 보유한 대한민국 랜드마크를 건설한다는 자부심으로 한층 한층 쌓아올리고 있다"며 "내년 123층 555m의 타워까지 완공되면 기존 잠실 롯데월드를 포함 연간 250만 명의 해외관광객 유치와 약 3,000억원의 관광수입, 약 9조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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