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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개혁 미루다 잠재성장률 추락

이주열 총재 "3.2%" 구체적 수치 첫 언급… 구조조정 등 처방 시급


한국은행이 추정한 올해와 내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3.2%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 2012년 김중수 전 한은 총재가 일본 도쿄에서 밝힌 3.8%보다 0.6%포인트가량 떨어진 수준이다.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뜯어고치는 구조개혁이 늦어지는 바람에 3년 만에 0.6%포인트 추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오는 2017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인구절벽'이 닥치는 만큼 노동과 산업을 비롯한 경제 전반적인 구조조정 등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장기적 처방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0일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 중이던 페루 리마에서 "분기에 0.8% 성장한다면 연간 3.2% 성장하는 것인데 이는 잠재성장률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총재가 공개적으로 잠재성장률의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한 것은 2012년 김 전 총재 이후 처음이다. 장민 한은 조사국장도 15일 2015~2016년 경제전망 기자회견에서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해 19일 한은의 한 관계자는 "(잠재성장률 3.2%가) 맞다"고 확인했다.

경제의 기초체력을 의미하는 잠재성장률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 있었다. 국내외 경제분석기관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추정할 뿐이어서 거시경제의 투톱인 기획재정부와 한은이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은이 간접 공개한 수치에 비하면 올해 성장 추정치(2.7%)는 잠재성장률을 턱없이 밑도는 수준이다. 3.3% 성장했던 2014년을 제외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런 일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구조적 저성장에 빠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3년 전에 비해 0.6%포인트가 떨어진 잠재성장률 전망치 3.2%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보다는 5년여가 빠르다. OECD는 7월 올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3.66%라고 분석했다. 2020년에는 3.15%로 떨어지고 2060년이 되면 1.29%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잠재성장률 자체가 떨어진 것도 있겠지만 경기가 하강할 때 잠재성장률도 낮게 추정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잠재성장률은 산출 모형에 따라서 숫자가 달라질 수 있다"며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은 내부에서는 잠재성장률을 둘러싼 논란을 줄이고 정책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주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공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다시 높이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급격한 고령화 때문에 잠재성장률이 급격하게 하락한 만큼 이민정책 등의 방법을 통해 생산가능인구를 늘릴 필요가 있다"며 "더 중요한 것은 좋은 상품을 만들어 공장이 돌아가게 하고 서비스업도 고부가가치로 만드는 등의 산업구조 개편"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잠재성장률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을 두고 힘 잃은 통화정책을 뒷받침할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에 적극적으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성 교수는 "한은 입장에서는 잠재성장률을 발표하지 않는 게 통화정책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며 "대내외적으로 잠재성장률을 공표한다는 의미는 여기에 맞춰 선제적인 시그널을 통해 성장률을 관리하겠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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