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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고객들이 저렴한 현대차를 찾던 시기는 지났습니다."
23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내에서 남서쪽으로 약 30km 떨어진 뤼셀스하임에 위치한 현대차 딜러사 '아우토젠트룸 괴레스'. 지난 2001년부터 현대차와 계약을 맺고 15년째 딜러로 활약 중인 이 업체는 최근 큰 변화를 겪고 있다.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저가 전략' 위주로 판매 전략을 구사했다면 최근 들어서는 폭스바겐 등 경쟁사 못지않은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판매 일선에서 펼치는 전략도 '가격'에서 '성능' 위주로 바뀌었다. 딜러숍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폭스바겐보다 차값이 얼마나 싼지를 어필했지만 지금은 성능을 제일 먼저 소개한다"고 말했다.
현지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차종은 SUV인 '신형 투싼'과 전략 차종인 'i10'이다. 지난 7월 판매를 시작한 신형 투싼은 출시 넉 달 만에 유럽시장에서 1만대를 돌파했다. 현지 고객들이 신형 투싼을 선호하는 이유는 세련된 디자인과 가격 대비 뛰어난 성능 등을 꼽는다. 특히 지난달 유럽 신차평가프로그램 '유로 NCAP'에서 신형 투싼이 충돌 안전도 평가 최고 등급인 '별 5개' 만점을 획득하면서 호응이 더욱 높아졌다. 토마스 슈미트 현대차 유럽법인 사장은 "신형 투싼은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AEB) 등과 같은 새로운 안전 기술을 폭넓게 장착했다"며 "유로 NCAP 평가에서 획득한 별 5개는 신차의 안전과 품질을 만족하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독일 등 유럽시장은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논란 이후 성장세가 주춤하다. 유럽 주요 18개국의 10월 신차 판매대수는 105만6,8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하는데 그쳤다. 영업일수가 적었던 지난 5월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폭스바겐은 차량 구매를 계획했던 고객들이 구매를 미루면서 서유럽 시장 판매 대수가 1.5% 줄었다. 폭스바겐그룹에 속한 스코다와 세아트도 각각 6.9%와 12.8%나 판매량이 감소했다.
반면 현대차는 지난 9월 유럽 시장에서 최초로 월간 판매량 5만대를 돌파한데 이어 지난달에도 서유럽 시장에서 4.4%나 판매가 늘었다. 김형정 현대차 유럽법인장은 "현지 고객들을 대상으로 신형 투싼과 폭스바겐 티구안 등과 비교 시승을 한 결과 박빙의 결과를 얻으면서 유럽시장에서 더 이상 저가 정책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확신했다"며 "현대차의 기술력과 디자인 완성도가 높아 독일에서 폭스바겐과의 가격차이가 5%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투싼은 티구안과 비교해 가격이 10% 가량 가격이 저렴했지만 지금은 가장 낮은 트림 기준 가격 차이가 3%밖에 나지 않는다. 성능이 향상된만큼 제값을 받아도 충분히 경쟁이 가능한 수준에 이른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유럽에서 활발한 스포츠 마케팅을 펼치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높아진 것도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현지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현대차 모터스포츠팀이 자동차의 본고장인 독일에서 월드랠리챔피언십(WRC) 우승을 차지한 이후 현대차의 이미지가 많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유럽축구연맹(UEFA)과의 후원계약을 맺고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0'의 스폰서로 참여하면서 유럽 시장에서 스포츠 마케팅의 시동을 걸었다. 현대차는 오는 2017년까지 UEFA가 개최하는 각종 대회를 후원한다. 김 법인장은 "유럽축구선수권 대회와 WRC 등 활발한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크푸르트=박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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