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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산업지도가 바뀐다] <5>방송·통신·콘텐츠업종 빅뱅… 속도 붙는 시장재편

SKT, 헬로비전 인수 신호탄… '방송+통신' 융합 바람 거세다


모바일에 밀려 성장한계 봉착

LGU+, 케이블TV M&A 모색… KT도 넷플릭스와 제휴 추진

글로벌시장 이종산업 결합 활발… 일각선 독과점 전이 가능성 우려


방송·통신 시장이 국내에서 성장 한계에 봉착하면서 기업 인수합병(M&A)과 콘텐츠 강화를 통한 산업 빅뱅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이동통신 1위인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케이블TV 1위) 인수 추진과 함께 KT가 세계 최대 동영상 업체인 넷플릭스와 제휴를 추진하고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인 현대HCN과 씨앤엠 M&A를 검토하는 등 경쟁사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도 비슷한 사정이어서 인터넷·모바일 가입자에게 의존하던 기존 체제가 무너지고 M&A에 의한 융합의 바람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독과점 우려를 제기하며 시장건전성을 해칠 것이라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27일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을 추진하기로 한 가운데 SK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의 지난 3·4분기 당기순이익은 전 분기보다 25% 줄어든 6,21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의 경우 12조4,704억원으로 전 분기(12조3,484억원)보다는 조금 늘었지만 전년 동기(12조7,867억원)보다는 3,163억원 감소했다. 케이블TV도 인터넷TV(IPTV)에 밀리며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1.4% 감소했다. 가입자도 지난 2009년 이후 매년 0.5%꼴로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이는 인터넷과 모바일이 보편화되면서 방송·통신 사업자의 전통적인 수익원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동통신과 미디어콘텐츠 등의 업종별 벽이 무너지면서 융합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카카오톡(메신저·통화)와 유튜브(동영상) 등 융합 서비스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서비스 유형도 데이터 중심으로 변화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 2012년 458억원에 불과했던 카카오 매출은 지난해 8,984억원으로 급증했다. 유튜브 매출도 2010년 8억달러에서 지난해 40억달러로 400%나 성장했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과 케이블TV 업계가 포화상태인 시장상황을 반전시킬 돌파구로 융합을 선택했다는 입장이다. 유·무선 시장과 방송·콘텐츠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고 사물인터넷(IoT) 시장에서도 새 서비스를 만들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상헌 SK텔레콤 상무는 "이동통신은 성장정체가 심각해 생활가치·미디어·IoT 분야에서 차세대 플랫폼 사업자로 발전하려면 헬로비전 인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승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ICT 산업의 미래는 IoT에 있고 SK텔레콤의 이번 헬로비전 인수가 IoT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 융합의 흐름을 선도하는 혁신 사례로 이번 몸집 불리기가 산업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의 IPTV(SK브로드밴드의 BTV)와 CJ헬로비전의 케이블TV까지 합치면 가입자가 약 745만명으로 방송가입자 1위인 KT(가입자 836만명)에 맞서게 되고 정치적 영향력까지 커지게 돼 이통시장 공룡의 지배력이 방송시장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희수 KT경제경영연구소 부소장은 "헬로비전은 전국 개별 지역 내에서 점유율이 50%를 초과하는 곳이 많아 전국 합산이 아닌 지역별 점유율을 보면 합병 후 SK텔레콤의 독점 우려가 심각하다"며 "알뜰폰 영역에서 지배적 이통사업자인 SK텔레콤이 1위 업체(헬로비전)를 통제하게 하는 것도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보면 M&A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실례로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 넷플릭스는 세계 최대 케이블TV 사업자 컴캐스트보다 올 초 기준으로 약 2.6배 많은 가입자를 유치해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특히 글로벌 방송통신업계는 이종산업 간 M&A로 산업 간 시너지 확대에 박차를 기하고 있다. 영국의 통신 업체 보다폰(Vodafone)은 독일과 스페인의 케이블TV 사업자를 2013년과 2014년 각각 인수했고 미국 무선 1위 사업자 AT&T는 지난해 5월에 위성방송 디렉TV를 약 56조원에 사들여 현재도 무선과 위성방송 고객군 사이에서 묶음 상품을 팔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등 정부가 내년 3~4월 SK텔레콤의 헬로비전 인수를 승인할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승인이 이뤄질 경우 IPTV 후발주자인 LG유플러스가 현대HCN이나 씨앤앰을 인수해 SK텔레콤·KT와 방송 3강 구도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IPTV 시장점유율이 50% 안팎에 달하는 KT는 성사 직전까지 갔던 넷플릭스와의 제휴가 SK텔레콤의 헬로비전 인수 추진 이후 소강상태이기는 하지만 인수가 기정사실화될 경우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권대경·박호현기자 kwo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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