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현대중공업은 올 3·4분기에 해양플랜트 부실 대부분을 반영하고 4·4분기 이후 실적개선을 노렸지만 이번 계약취소로 다시 적자를 낼 위기에 처했다.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노르웨이 프레드올센에너지의 자회사 볼스타돌핀은 이날 현대중공업에 시추선 납기를 맞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계약을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계약을 취소한 직접적인 이유는 볼스타돌핀에 더 이상 시추선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 볼스타돌핀은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이 시추선을 받아 글로벌 석유기업 셰브런에 빌려줄 계획이었다. 그러나 유가 하락을 이유로 셰브런과 프레드올센이 상호 합의하에 시추선 계약을 종료하기로 하면서 프레드올센이 다시 현대중공업에 계약취소를 통보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이 시추선을 군산조선소에서 건조해 올해 3월 선주 측에 인도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잦은 설계변경과 건조경험 미숙으로 완공이 늦어져 올 연말께나 인도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레드올센은 납기를 맞추지 못한 점을 들어 계약을 취소했으며 1차 선수금으로 지급한 1억8,639만달러와 이자까지 돌려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현대중공업은 이 시추선 건조 지연에 따른 추가 비용 1억6,700만달러(약 1,884억원)를 더 달라고 볼스타돌핀 측에 요구하며 국제기구에 중재를 신청했지만 추가 비용은커녕 계약 자체가 취소돼 대규모 손실을 보게 됐다.
이 시추선은 현대중공업이 지난 2012년 5월 6억2,000만달러에 수주했다. 설계부터 시운전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일괄수주계약 방식으로 옵션 1기도 포함돼 있었다. 현대중공업은 수주 당시 길이와 폭이 각각 123m, 96m로 세계 최대 반잠수식 시추선이라고 자랑했지만 결국 대규모 손실로 돌아왔다.
현대중공업은 26일 3·4분기 실적발표에서 6,78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앞선 현대삼호중공업의 반잠수식 시추선 계약 취소와 해양 부문 예상 손실 충당금을 반영했다. 현대중공업은 보수적으로 손실을 반영한 만큼 4·4분기에는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날 시추선 계약 취소로 4·4분기 실적 역시 장담하지 못하게 됐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적극적으로 중재와 협상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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