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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규제… 첫발 뗀 보험개혁] <상> 자율성 확대… 시작되는 무한경쟁

보험사, 영업력 보다는 상품성… 경쟁력 없으면 대형사도 벼랑끝









"업계에서 100을 달라고 했더니 금융당국에서 150을 준 격입니다. 여태까지 100을 달라고 하면 50도 줄까 말까 했던 금융당국의 행태를 생각하면 놀라운 발전입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아직 급격한 규제완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점입니다."

국내 대형 보험사 고위 관계자는 지난 1일 발표된 보험규제 개혁안에 대해 반가움보다는 불안한 심경을 먼저 전했다. 대대적인 규제완화에 대한 손익계산이 명확하지 않은데다 경쟁사들의 움직임 또한 예측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당국의 이번 규제 개혁안은 보험산업의 구조 자체를 뒤집어놓을 만한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가격 자유화가 사업비 부담이 큰 전속 영업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자율성 확대에 기대어 당기수익 끌어올리기에만 급급할 경우 시장에서 바로 퇴출될 수 있을 정도로 오히려 경영환경은 더욱 살벌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보험업계 진검승부 시작되나=물론 보험사들은 규제완화 정책이 장기적으로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초반 판세는 외국계를 비롯한 중소 보험사들이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보험설계사(FC) 채널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대형 보험사들로서는 FC들의 생계 및 각종 유지 비용 때문에 파격적인 상품이 나오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탓이다.

특히 온라인 보험을 위주로 하거나 텔레마케팅(TM)이나 방카슈랑스 채널에 의존한 외국계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파격적인 신상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지난 7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후 주가상승의 별다른 모멘텀을 찾기 힘든 미래에셋생명이나 모기업의 자금 사정이 비교적 좋지 않은 대기업 계열 보험사들 또한 공격적 상품을 들고 나올 공산이 크다. 중국 안방보험에 인수된 동양생명도 중국 자본의 첫 국내 보험시장 진출인 만큼 눈에 띄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한화·교보 등 '생보사 빅3'나 삼성·현대·동부·KB 등 '손보사 빅4'의 경우 기존 영업망을 활용한 상품개발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판매 채널보다는 어떠한 상품을 언제 출시하느냐가 중요해짐에 따라 상품 개발 관련 인력의 몸값도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상품 개발력 강화는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내 대형 보험사들이 향후 해외 유수의 보험사들과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돼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상품 베끼기로 연명하던 중소형 보험사뿐 아니라 뛰어난 상품 개발력을 주무기로 하는 몇몇 소형 보험사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예전의 다이렉트 자동차 보험 시장처럼 중소형 보험사들이 시장을 만들어놓으면 대형 보험사들이 뒤늦게 참여해 시장을 장악하는 형태가 이전보다 자주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국내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당국이 원하는 가격경쟁력을 갖추면서도 소비자의 선택권이 우선시되는 상품만 생존하게 되고 그 흐름에 좇아가지 못하는 회사들은 대형사라고 하더라도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며 "상품별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업비가 많이 나갈 수밖에 없는 보험설계사 위주의 전속 채널 영향력 또한 줄어들 것으로 보여 보험시장의 일대 개편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밝혔다.

◇연간 수입보험료의 최대 20%까지 과징금=경쟁과 함께 업계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당국의 사후 규제에 따른 처벌이다.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기초서류 관련 의무를 위반할 경우 연간 수입보험료의 2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해놓고 있다. 구체적인 과징금 액수는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 따라 산정하는데 당국의 시각에 따라 수입보험료의 20%를 과징금으로 내는 회사가 나올 수 있다. 금융위원회 측은 관련 위반 행위의 경중과 고의 및 과실에 따른 조정비율을 세분화하고 위반 기간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해 과징금을 결정할 방침이지만 업계는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연간 수입보험료의 20%를 과징금으로 내 경우 그 파급력은 어마어마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명보험업계의 경우 지난해 수입보험료가 78조822억원에 달하지만 당기순이익은 3조2,369억원에 그쳤다. 연간 수입보험료의 4% 남짓이 당기순이익인 셈이다. 이 때문에 한도까지 과징금을 부과 받으면 연간 당기순이익의 5배를 물어줘야 한다. 금융당국이 권유하는 지급여력비율(RBC) 150%선이 무너져 사실상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몇몇 업체에서는 희망적 전망만 내놓고 있지만 이 같은 자율화 정책 때문에 회사가 망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며 "자칫하다가는 최악의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규제 자율화 이후에도 각 사업자들이 당분간은 소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영현·양철민기자 yh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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