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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덕군도 강원도 삼척에 이어 주민들에게 원전 유치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 절차에 들어갔다. 민간 주도의 주민투표가 법적 효력은 없지만 반대표가 대다수일 경우 영덕에 건설이 확정된 원전 2기를 비롯해 2017년 지정될 신규 원전 2기 등 최대 4기의 원전건설이 차질을 빚어 국가 전체 전력수급계획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덕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영덕 핵발전소 유치 찬반주민투표관리위원회'는 12일 영덕군청 앞에서 출범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주민투표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민간 차원에서 원전유치 찬반투표를 실시한 삼척과 같은 형태로 다음달 주민들을 상대로 원전 예정부지인 영덕에 원전건설을 받아들일지 말지에 대한 의견을 물을 예정이다.
영덕에서 원전 건설 반대 움직임이 커지면서 2017년께 나올 정부의 8차 전력수급계획 수립 과정에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7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원전2기(신고리 7·8호기)를 영덕 천지 1·2호기로 건설하는 내용을 확정했다. 이에 더해 향후 원전 2기를 신규로 건설하기로 하고 영덕(천지 3·4호기) 또는 삼척(대진 1·2호기)에 원전을 건설하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정부의 계획과 달리 원전 예정지역 민심은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삼척 주민이 실시한 원전유치 찬반 주민투표에서는 84.9%(2만4,531명)의 반대표가 나오기도 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로 부정적 여론이 높아졌기 때문에 주민투표 준비에 들어간 영덕도 향후 투표에서 반대표가 압도적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영덕에서 반대 여론이 높아지면 건설예정 원전(천지 3·4호기)에 이어 건설확정 원전(천지 1·2호기)까지 총 4기의 원전건설계획이 무산될 수 있다.
민간차원의 주민투표라 법적 효력은 없다지만 지역주민의 반대 목소리가 커질 경우 정부가 원전 건설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는 어렵다. 원전 건설을 강행할 경우 방폐장 유치를 두고 물리적 충돌까지 빚은 부안 사태가 재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주민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이들 지역에 원전 2기를 추가로 건설할 방침이라 원전정책을 두고 정부와 지역 갈등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관계자는 "원전 예정부지는 해당 지역의 유치신청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정됐고 주민들의 자체 투표는 법적 효력이 없다"며 "전력수급계획에 맞춰 원전 건설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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