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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돈을 내 돈처럼 운용… 선량한 관리자 DNA 기본
단기적 시류 휩쓸리지 않게 중심 잡아주는 능력도 중요
선물옵션 등 특정분야 정통 스페셜리스트 PB 주목을
#1. KEB하나은행은 지난 9월부터 금융 자산 3,000만원 이상인 고객에게 프라이빗 뱅킹(PB)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은 하나은행의 'VIP 멤버스'라는 공간에서 자산관리 전문가인 '행복파트너'로부터 자산관리·연금 플랜 등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은 행복파트너 1,700여명을 선발해 전 영업점에 배치하는 한편, 기존 전문 PB들만 사용하던 'PB 전용 자산관리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
#2. 우리은행은 내년부터 'PB 서비스 문턱'을 5,000만원으로 대폭 낮춘다. 현재 PB 이용 고객 기준은 1억원 이상이다. 내년 1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을 앞두고 자사의 고객 저변을 확대하고자 하는 목적이다. 우리은행은 현재 금융자산 5,000만원 미만인 고객에게도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영업점 직원들을 대상으로 PB 및 재무설계(FA)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금융 자산 3억원 이상 VIP 고객의 전유물이었던 자산관리(WM) 서비스의 저변이 일반 투자자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저금리 기조로 은행의 전통적인 수익원인 순이자마진(NIM)이 나날이 하향 곡선을 그리자, WM 등 비이자 부문을 확대하기 위해 금융권이 PB 대중화에 나선 것이다. 이제 일반 직장인도 그동안 수억원의 고액 자산가들만 누릴 수 있었던 투자·세무·부동산·법률 등의 자문을 누릴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1%대 저금리에 저성장 기조까지 맞물려 금융 자산을 굴리는 데 애로사항이 많았던 일반인들에게 WM의 대중화는 분명 희소식이다. 이번 주 다트머니에서는 '쌈짓돈'을 제대로 관리해 줄 좋은 PB를 고르는 원칙을 살펴본다.
고객의 자산을 '밀착 관리'하는 전문 프라이빗 뱅커(PB)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국내 1%대 초저금리와 저성장 기조와 맞물려 적합한 투자처를 물색하기가 더욱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해외 자산으로까지 눈을 돌려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은행 예·적금에 묶어둔 금융 자산을 굴려보고 싶지만 투자 정보에 어두운 탓에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는 투자자들에게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부터 이른바 '세테크'에 이르기까지 밀착 자산관리를 도맡아 주는 PB의 역할은 더더욱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PB를 선택해야 노후를 대비하거나 미래 설계를 위한 자산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좋은 PB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정직성 △균형 감각 △전문성 등 세 가지 원칙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고객의 돈이 곧 내 돈', 정직은 기본= 정직과 신뢰는 PB가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자질이다. 기본적으로 '재무 집사'로서 고객의 자산을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관리해주는 것이 PB의 기본 덕목인 만큼, "고객의 돈이 곧 내 돈이며, 회사의 이해관계에 흔들리지 않는다"라는 기본 DNA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상규 신한금융투자 PWM태평로센터 PB팀장은 "정직성, 도덕성 등을 갖추고 있지 않은 PB는 고객의 자산을 관리할 때 고객의 입장이 아닌 회사의 입장에서 관리를 하게 된다"며 "예를 들어, 수수료가 높은 금융 자산만을 편입해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거나 단기간 이익이나 손실이 났을 때 계속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회전율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역시 "PB는 고객의 돈을 내 자산처럼 관리하겠다는 이른바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기본 덕목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류에 편승하지 말라', 중심을 잡아주는 '균형추'= PB들은 기본적으로 고객의 투자 성향을 토대로 3~5년의 장기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안정형·중수익형·수익형 등 고객의 투자 성향에 따라 자산을 배분하고, 주식 등 위험 자산의 비중을 적절히 조정한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기본적으로 단기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안정형' 성향의 고객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10~20%에 불과한 주식에서 단기간 큰 수익을 보게 되면 PB에게 위험 자산 비중을 대거 올려달라고 요청한다. 실제 최근 한미약품 주가가 6조원 규모의 신약개발 수출 소식에 힘입어 급등하자, 고객들이 일선 PB들에게 "우리도 한미약품 편입해야 하지 않느냐"고 문의를 쏟아냈다는 후문이다.
이경민 KDB대우증권 PB클래스 이사는 "PB는 고객의 단기적인 시각에 휩쓸리지 않고 본래 투자성향에 맞춰 균형을 잡아줄 수 있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고객이 단기적인 시류에 편성해 본래 자신의 투자성향에 이탈하는 행보를 보이는 그 시점에 PB가 중심을 잡아주지 않으면 오히려 큰 손실을 볼 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끊임없이 공부하는 PB', PB의 평생 과제 전문성= 고객이 PB에게 수억원의 금융 자산을 맡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고객 투자 성향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돈을 대신 불려달라는 것이다. 거시경제 흐름부터 국내외 다양한 금융 상품에 이르기까지, PB는 금융 전반에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최근 은행·증권 등 금융 기관들이 자사 PB의 전문 역량을 높이기 위해 각종 세미나에서 정기 교육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자산관리(WM) 사업 역량 강화를 목표로 전문 PB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 역시 "PB라면 적어도 국내외 거시경제 지표, 기업이익 등에 대한 최소 3~5년의 전망치 자료를 미리 습득하고, 이를 토대로 끊임없이 중장기 투자 트렌드를 파악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특정 자산에 특화하고 있는 PB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서재영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 상무는 "전체 시장의 흐름이 세분화하고 복잡해지면서 모든 금융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제네럴리스트(Generalist) PB보다는 선물·옵션, 펀드 선정, 주식 등 특정 분야에 정통한 스페셜리스트(Specialist) PB가 떠오르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준석기자 pjs@sed.co.kr
공부하는 PB들 박준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