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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 강호' 코오롱·효성 이번엔 수입차 전면전

● 코오롱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이웅열 회장










조현상 효성 부사장
조현상 부사장










화학섬유의 두 강호가 자동차 시장으로 싸움의 무대를 옮겼다. 국내에서 BMW·벤츠 등을 판매하는 코오롱과 효성 이야기다. 두 회사는 그룹 오너의 대대적인 지원 아래 최근 수년간 급격히 파이를 키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양보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5일 코오롱의 수입차 사업을 담당하는 코오롱글로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달 중 부산에 'BMW 프리미엄 셀렉션(BPS)' 매장을 열 예정이다. BPS는 BMW가 인증한 중고차를 전시·판매하는 매장으로 BMW 전문가들의 점검을 거친 신차 수준의 중고차만 판매한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코오롱은 앞서 서울·대전·대구·광주에서 BPS를 운영해왔다. 앞으로는 이를 공격적으로 늘려 수입차 사업의 덩치를 키울 계획이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 1987년부터 BMW 딜러 사업을 개시해 현재 롤스로이스와 미니·아우디까지 수입차 사업을 확장한 상태다. 여기에 BMW 모토라드를 통해 모터사이클 시장에까지 뛰어들었다. 코오롱은 국내 수입차 딜러사 중 확고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턱밑까지 따라붙은 회사가 효성이다.

코오롱과 함께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산업사에서 '섬유강호'로 이름을 올려온 효성은 수입차 시장에서 인수합병(M&A)을 통해 수입차 라인업을 대폭 확장했다. 3월 마세라티와 페라리의 국내 판매사인 FMK를 인수한 것이다. 더클래스효성 등을 통해 판매해온 메르세데스벤츠·도요타·렉서스까지 합쳐 지난해 6,059억원이었던 효성의 자동차 매출은 올해 7,000억원대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8,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던 코오롱과 비슷한 수준이다.

효성 측은 "FMK 인수로 다양한 브랜드를 갖출 수 있게 됐다"며 "다양한 브랜드와 전문적인 애프터서비스(AS)를 내세워 눈이 높아진 소비자들을 공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오롱그룹과 효성그룹의 지난해 총매출이 각각 10조원대, 12조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입차 사업의 매출 비중은 크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뛰어난 현금창출력을 수입차 사업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율이 2012년 10%에서 현재 16%까지 늘어날 만큼 성장세도 빠르다. 더클래스효성의 경우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43%, 194%씩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수입차 사업을 통해 프리미엄 소비자층을 접하면서 보다 세련된 마케팅 노하우를 쌓을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코오롱·효성 오너 일가의 '자동차 사랑'도 공격적인 사업확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1987년 외제차 수입 자유화가 시행되자마자 수입차 사업을 시작했다. 코오롱이 판매하는 롤스로이스를 업무용으로 애용할 만큼 애정이 깊다. 한때 BMW7 시리즈도 이 회장의 애마였다.

검소함이 몸에 배어 직접 국산차 '카니발'을 몰고 다녔던 고(故)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 역시 말년에 거동이 불편해지자 기사가 있는 롤스로이스로 바꿔 탔다.

효성도 1988년부터 수입차 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당시 아우디와 폭스바겐을 판매했으나 시장 규모가 작아 한때 철수했다. 이후 2003년 더클래스효성을 설립하며 다시 수입차 시장에 도전했다. 현재 조석래 효성 회장의 삼남인 조현상 부사장이 FMK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릴 만큼 열의가 강하다.

업계에서는 수입차 점유율이 앞으로 20~30%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코오롱·효성도 한동안 공격적인 확장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효성과 코오롱이 30여년간 국내 수입차 시장을 키워 오면서 자동차 시장의 다양성을 강화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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