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가 회사 자본을 직접 공모 펀드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책임형 투자 펀드'로 불리는 이 같은 투자는 운용사의 재산이 투입된 만큼 펀드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와 책임 운용이 강화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3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HDC자산운용은 최근 'HDC 모아주고 막아주는 펀드'를 출시하면서 고유 재산 5억원을 1년 이상 투자하기로 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운용자금을 확보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도 지난 7월 '에셋플러스 글로벌리치투게더펀드'에 37억원의 자기 자산을 1년 이상 투자하기로 했으며 신영자산운용도 이에 앞서 '신영마라톤자K-1펀드'와 '신영 마라톤 아시아 밸류펀드' '신영 밸류 고배당펀드' 등에 내년 3월까지 각각 100억원씩 투자하기로 했다. 아울러 한국투자신탁운용도 '한국투자 중국 고배당 인컴솔루션펀드'와 '한국투자 중국본토 공모주펀드'에 각각 30억원과 20억원의 자사 고유 재산을 투자하기로 했고 트러스톤자산운용도 지난해 12월 설정한 '트러스톤 아시아 장기성장주펀드'에 110억원을 투자해 운용하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이 고유 재산을 공모형 펀드에 '종잣돈(seed money)'으로 활용하는 것은 운용 성과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서다. 운용 자산의 규모가 너무 작으면 투자자들의 환매와 증시 변동성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펀드 자산이 10억원이 채 안 되는 소규모 펀드의 경우 매니저가 위험 회피 등을 이유로 사야 할 종목을 사지 못하거나 일반 투자자가 환매를 신청할 경우 유동성 부족으로 보유 종목을 뜻하지 않게 팔아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책임 운용을 강화해 투자자들이 펀드를 신뢰하는 효과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외국 기관투자가들의 경우 자산운용사의 고유 재산이 투자된 펀드를 선호한다"며 "운용사의 자산이 투입된 만큼 펀드 운용에 더 신뢰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운용사의 고유 재산이 투자된 공모 펀드는 수익률에서도 평균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에셋플러스 글로벌 리치투게더자1(주식)종류C'의 경우 연초 이후 수익률이 11.16%로 글로벌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 3.96%를 훌쩍 넘어섰고 '트러스톤 아시아장기성장주자(H)[주식]A클래스'도 10.65%의 수익률로 아시아태평양에 투자하는 펀드 평균(4.94%)을 압도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고유 재산을 투자한 것이 펀드 수익률을 타 펀드보다 좋게 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투자자들이 펀드를 신뢰해 장기간 투자하게 되면 수익률 관리가 쉬워져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