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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의 소비 진작책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면서 정부는 반색하는 분위기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올 연말 개최되는 '2차 블랙프라이데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그렇다. 유통업체들이 통상 연말에 세일을 해왔다는 점에서 정부가 대대적인 소비촉진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나쁠 것이 없다는 시각도 있으나 단기 소비제고에만 목을 맬 게 아니라 구조적 소비제약 요인을 거하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 맞서고 있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완성차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내수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6% 증가했고 수출은 7.5% 뛰었다고 밝혔다. 내수와 수출 호조에 자동차 생산도 11.1% 늘었다.
지난 8월 단행한 한시적 개별소비세 인하로 내수 판매는 훈풍을 이어갔다. 8월 이후 지난달 말까지 국내 업체들의 내수 판매량은 24.4% 증가했다. 신차들이 내수 판매 상승을 주도했다. 지난달 아반떼가 1만2,838대 팔렸고 쏘나타도 1만487대가 팔리며 현대차의 판매량은 16.7% 늘었다. 기아도 스포티지(7,586대) 등의 판매호조에 힘입어 내수 판매가 25.9% 상승했다. 쌍용도 '효자' 티볼리의 판매호조로 월별 판매가 83.5% 뛰었다.
정부는 올 연말 '2차 블프'를 개최할 경우 연말까지 소비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경기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이 최악인 상황에서 그나마 정부가 들고 있는 내수부양 카드를 계속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1~14일 열린 블프로 22개 참여업체의 매출이 20.7%(7,200억원·전년 대비) 급증했고 4·4분기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전 분기 대비), 민간소비 증감률 0.2%포인트 높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연말 소비심리를 다시 한번 자극해 4·4분기에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예전과 달리 연말에도 소비자 지갑이 잘 열리지 않으므로 정부 차원의 블프를 다시 한번 여는 것은 소비제고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일종의 '풍선효과'로 내년 초 소비가 급감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재부가 성장률 제고를 위해 너무 밀어붙이는 것 같다"며 "블프는 미래의 소비를 당겨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는 단기적인 성장에 몰두할 게 아니라 소비를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을 제거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프를 자주 하면 '세일의 상시화'로 약발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세종=구경우·이태규기자 bluesquar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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