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 자금이 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기업 주식 보유량이 홍콩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고 상장지수펀드(ETF) 등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에도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1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주식의 보관총액은 2조2,188억원으로 해외 국가 중 가장 많았다. 반면 올해 3월 이후 줄곧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홍콩 주식 보관금액은 2조860억원으로 2위 자리로 내려앉았다. 매매량 상위 주식도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식이 주를 이뤘다. 올해 3월만 하더라도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홍콩 등 다양한 국가 주식을 골고루 사들였지만 이달 들어서는 매매량 상위에 대부분 미국 주식이 자리를 잡았다.
미국에 투자하는 펀드에도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최근 차익 실현을 위한 환매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운용 중인 37개 미국 펀드에 최근 한 달 54억원이 순유입됐다. 국내 ETF도 지난달 중순 이후 미국 지수 관련 ETF에 자금이 들어오고 있는 상태다. 여전히 중국 관련 ETF의 투자 비중이 크기는 하지만 'TIGER 나스닥 바이오 ETF' 'KODEX 합성-미국금융 ETF' 등 미국 관련 ETF의 순자산액은 최근 한 달 동안 100억원가량 늘었다.
글로벌 자금은 이미 지난달부터 미국 주식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지난 4일 기준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중 미국 ETF에만 한 주간 71억1,200만달러가량이 몰렸다. 박중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 우려에도 미국 주식으로 상당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금리상승 움직임이 플러스 요인이 되는 금융주와 실적이 호조를 보이는 구글·아마존 등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이 자금유입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내의 해외 투자 자금이 미국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은 최근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를 찾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 대부분 국가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환율 하락 등으로 영향을 더 크게 받는 신흥국보다는 미국이 덜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을 때 신흥국 ETF는 지난달부터 이어온 자금 유입이 중단됐다. 아시아 신흥국 ETF에는 지난 4일 기준으로 주간 자금 유출액이 6억6,700만달러였고 동유럽과 중동·아프리카 등 신흥국에서도 5,0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전문가들은 미국 주식시장이 다른 시장에 비해 안전하지만 금리 인상에 따른 점진적인 하락이 올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리 인상 전후로 시장이 방향성을 보일 때까지 현금 보유를 늘리거나 금융주나 소비주·대형주 등 금리 인상 방어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금리 인상이 예고된 이벤트인 만큼 예전과 같은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금리 인상에 따른) 단기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일단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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