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0만가구에 달하는 건설사들의 밀어내기식 아파트 분양이 3년 후 우리 경제에 쓰나미급 악재를 몰고 올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경고가 나왔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되고 있는데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후폭풍까지 몰아칠 경우 '준공 후 미분양'주택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금융 시스템을 위협하고 경제의 근간까지 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3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아파트 분양물량 급증의 함의'라는 보고서에서 "올해 아파트 분양물량 49만가구는 연평균 27만가구인 중장기주택공급계획을 크게 웃도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주택수요 증가세가 유지되지 않을 경우 현재 1만가구 내외인 준공 후 미분양주택이 입주시점인 3년 후 최대 3만537가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주택분양 물량은 '공급과잉'의 임계점을 이미 넘어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규 분양 아파트를 포함해 올해 공급되는 주택은 70만가구에 달한다. 정부가 가구 수 증가와 주택멸실 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출한 주택 수요(연 32만 가구)를 두 배가량 웃도는 수준이다.
송인호 KDI 연구위원은 "분양물량이 1% 늘어나면 3년 후 준공 후 미분양은 0.3% 내외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고 주택가격 하락으로 사용자들의 주택담보대출 상환 부담까지 늘어날 경우 준공 후 미분양은 더욱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준공 후 미분양은 건설업체의 유동성 부담과 함께 중도금 집단대출 부실로 가계부채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출 건전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연합회가 이달 중 여신심사를 상환능력 중심으로 전환하는 '가계부채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며 "급격한 하드랜딩(경착륙)이 아니라 소프트랜딩(연착륙) 방안이 담길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co.kr 임세원기자 w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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