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은행이 본인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인출 권한이 없는 제3자에게 정기예금을 지급했다면 은행이 이에 책임을 지고 정기예금을 예금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결정했다. 예금 지급 업무에 있어 일반인보다 높은 수준의 ‘전문가로서의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만큼 은행의 과실이 크다는 판단이다.
10일 금감원에 따르면 A장학회는 지난 2009년 9월 B은행에 정기예금을 가입하면서 부당인출 방지를 위해 장학회 대표 C씨 등 3인의 도장을 공동으로 날인했다. 하지만 2010년 5월 장학회 사무국장 D씨는 “이자 출금을 위해 필요하다”며 C씨 등 3인을 속여 출금 전표에 도장을 날인 받은 후 정기예금을 중도 해지하고 3억6,213만7,519원을 장학회 명의 보통 예금 계좌로 이체해 거의 대부분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당시 은행은 D씨가 C씨의 주민등록증 사본만 소지하고 있을 뿐 위임장이 없는데도 정상적으로 정기예금을 해지 처리하고, 보통예금 계좌 비밀번호도 변경해줬다.
이에 대해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일정 기간 고이율이 보장되는 정기예금을 중도 해지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은행이 D씨가 정당한 대리인인지 확인 없이 정기예금을 지급했다면 정기예금 인출 권한이 없는 자에 대해 변제 한 것인 만큼 무효”라고 결정했다. 이어 위원회 측은 ”불필요한 분쟁을 막기 위해 은행 직원들이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종친회, 장학회 등 비영리법인 및 친목단체의 경우 예금주가 아닌 제3자에 의한 예금 인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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