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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휩쓰는 80년대 복고 열풍

버커루 와이드진
버커루 '설현 와이드 진'
개점행사_메인이미지
1980년대 전단지를 재현한 신세계백화점의 개점 행사 DM
CJ제일제당 '백설햄 1988 에디션'2
CJ제일제당 '백설햄 1988 에디션'
롯데푸드 '삼강하드'
연말 한정판인 하이트진로 '크라운맥주'
개점행사_메인이미지
레고 '백투더퓨처 블록'


CJ·하이트진로·롯데등 80년대 디자인 적용 신제품 봇물

신세계百 창립기념행사로 본점·전단 등 80년대식 단장

버커루 등 패션업계도 와이드팬츠 등 복고 아이템 내놔

불황에 성장기 향수 불러… 한정판 출시로 소비심리 자극


1980년대의 추억을 앞세운 복고 마케팅이 식품, 유통, 패션 등 업계 전반을 강타하고 있다. 팍팍해진 세태에 과거 경제 성장기 때의 향수와 재미를 선사하는 동시에 한정판매 등을 통해 소비심리를 자극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특히 당시 공전의 히트작으로 최근 재상영에 나선 영화 '백투더퓨처'와 방영을 앞둔 드라마 '응답하라 1988'도 이같은 복고 열풍에 힘을 보태는 분위기다.

1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지난주부터 기존 백설햄에 1980년대 디자인을 적용한 '백설햄 1988 에디션'을 팔기 시작했다. 비엔나·프랑크 소시지를 비롯해 사각햄·동그랑땡 등 당시 제품에 추억과 향수가 담긴 디자인을 접목했다. CJ제일제당은 '응답하라 1998'에도 백설햄 1988 에디션을 소품으로 제공키로 했다.

앞서 하이트진로도 1993년 단종된 '크라운맥주'를 22년 만에 한정판으로 내놨다. 크라운맥주는 하이트진로의 전신인 조선맥주가 1952년 출시한 국내 대표 맥주로 1993년 '하이트'에 자리를 내주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크라운맥주는 전성기였던 1980년대 후반의 맥주 주질과 제품 포장을 최대한 살렸고 연말까지만 판매한다.



롯데푸드도 최근 1962년 국내 최초로 대량생산을 시작한 아이스크림 '삼강하드'를 53년 만에 새로 선보였고 해태제과도 '브라보콘 스폐셜 에디션'을 한정판으로 내놨다. 올 초 뚜레쥬르가 출시한 찹쌀 도넛 '엄마랑 장볼 때 먹던 그때 그 도나쓰'는 8개월 만에 600만개가 판매됐다. 외식업체 놀부는 과거 시장에서 맛보던 통닭을 주력으로 한 '놀부옛날통닭'을 내놨다.

유통업계도 타임머신을 타고 1980년대로 돌아갔다.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8일까지 개점 85주년 기념행사의 주제를 복고로 정했다. 광고전단지와 쇼핑백에 1980년대 당시 글씨체와 로고를 넣고 백화점 엘리베이터에는 지금은 사라진 '엘리베이터 걸'까지 배치했다. 영등포점 옥상정원에는 추억의 팝송을 들으며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신세계 음악다방'을 운영한다. 홍정표 신세계 영업전략 담당은 "1980년대는 우리 경제가 고도 성장을 이어가면서 내수소비도 가장 활발했던 시기"라며 "다양한 이벤트를 앞세워 백화점의 주력 고객층인 3040세대뿐만 아니라 복고 문화를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20대 젊은 층까지 두루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쇼핑몰에서도 복고 관련 상품을 찾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 옥션에서는 9월27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88올림픽 기념주화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74% 증가했다. 인기 기념주화인 '호돌이 주화 1차'는 평소 5,000원 정도에 거래됐지만 최근엔 3만원대로 훌쩍 뛰었다. 최근 30년 만에 재개봉한 '백투더퓨처' 피규어도 판매량이 197%나 급증했다. 11번가에서도 같은 기간 '쫄쫄이' '아폴로' 등 1980년대 유행했던 간식 판매량이 45% 증가했고 당시 음료 시장을 풍미했던 '밀키스' '맥콜' 등도 28% 늘었다.

패션업계도 앞다퉈 복고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두발·교복 자율화로 패션산업 활황기였던 1980년대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이 대표적이다. 버커루는 스키니 스타일 대신 통이 큰 복고풍 바지 '설현 와이드 진'을 주력 상품으로 내놨고 코오롱의 럭키슈에뜨는 최근 복고풍 청바지 '오 링 와이드 데님 팬츠'를 출시했다. 빈폴도 1980년대 유행했던 맨투맨 티셔츠, 데님 재킷, 체크무늬 셔츠 등의 복고 라인을 곧 선보일 예정이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유통가에 부는 복고 바람은 갈수록 팍팍해지는 일상을 잠시 잊고 과거의 풍요로웠던 시절을 통해 위안을 얻는 일종의 보상심리로 볼 수 있다"며 "1980년대 유년시절을 보내고 가장 큰 소비주체로 부상한 30~40대를 겨냥해 단종됐던 제품을 새로 출시하거나 희소성을 강조하기 위해 한정판으로 선보인다는 점에서 기존 복고 마케팅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성·김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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