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환식 내수 드라이브'가 드디어 분기 1%대 성장을 달성했다. 민간소비가 끌고 정부가 떠받친 전형적인 내수주도형 성장이다. 하지만 1% 성장률은 한동안 다시 자취를 감출 공산이 커보인다. 경제성장을 주도해온 수출이 신통치 않은 상황에서 정부 주도의 내수중심 성장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지난 3·4분기 우리 경제의 성적표가 6분기 만에 1%대로 올라선 데는 단연 정부의 힘이 가장 컸다. 개별소비세 인하 등으로 나아진 민간소비, 추가경정예산안이 반영된 정부지출과 건설투자의 성장기여도가 전체 성장률을 훌쩍 뛰어넘는 1.6%포인트에 달했다. 수출이 갉아먹은 성장률(-0.7%)을 내수로 메운 셈이다. 여기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으로 민간소비가 급감했던 2·4분기의 기저효과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깜짝' 성장이 가능했다.
가장 극적인 반전을 보인 것은 민간소비였다. 정부는 3·4분기에 임시공휴일 지정, 개별소비세 인하,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등으로 내수부양에 총력을 기울였다. 전 분기에 0.2% 뒷걸음질했던 민간소비 증가율이 1.3%포인트 상승한 1.1%를 기록했다. 민간소비의 성장기여도는 전체의 절반인 0.6%포인트였다.
11조6,000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안도 정부지출과 건설투자 지표를 크게 끌어올렸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41조원 플러스 알파' 규모의 거시경제 패키지를 내놓은 지난해 3·4분기(2.1%)를 제외하면 줄곧 0%대에 머물러 있던 정부지출의 증가율은 3·4분기에 1.9%를 기록했다. 분양시장 호황에다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집행금액까지 늘면서 건설투자는 다시 한번 4.5%의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성장기여도도 0.7%포인트로 지출 부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다만 메르스에 따른 기저효과에 불과하다는 평가절하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1.2% 성장은 메르스로 낮아진 탓에 그만큼 올라간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소비회복이라고까지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재고가 여전히 쌓이는 것 역시 민간소비가 아직은 부진하다는 신호다. 3·4분기 제조업생산은 전기 대비 0.1%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쌓인 재고로 인한 성장기여도는 0.2%포인트 증가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생산이 그리 증가하지 않고 민간소비가 대폭 늘었는데도 재고가 쌓였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회복세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단 4·4분기는 3·4분기의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4·4분기는 개별소비세 등으로 민간소비가 이어질 확률이 높고 부동산거래 활성화, 담뱃세 인상, 지방 추가경정예산 등 세수여건이 나아져 정부 주머니 사정도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내년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쿨다운(cool down)', 즉 식어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수출의 내리막길은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해 4·4분기 -0.1%포인트였던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올 3·4분기 -0.7%포인트까지 떨어졌다. 해외수요 부족으로 수출이 고전하는 가운데 미국 금리인상, 중국 경기둔화 등 '주요2개국(G2) 리스크'까지 불거질 경우 우리 경제 전체가 휘청일 수 있다. 성 교수는 "추세적인 소비회복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출은 여전히 급락하고 있고 중국을 비롯한 대외 위험요인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수출여건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안정적 성장이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연선·김상훈기자 bluedash@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