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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구도 분수령… 미리보는 연말인사] <4> 농협금융


김용환, 조직 장악력·농협금융 독립성 평가 시험대될 듯

농협중앙회장 선거 행장 선임보다 늦어 영향력 덜받아

"색깔 드러낼 적기"… 행장 후보로 김주하·이경섭 거론

내년 1월초 예정된 은행 부행장 인사폭 커질지도 관심


연말 은행장 인사와 부행장 인사가 예정된 농협금융은 다른 어떤 금융지주보다 셈법이 복잡하다. 농협금융 인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가 내년 1월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농협금융 안팎에서는 중앙회가 금융지주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금이야말로 농협금융이 독립적인 인사를 하기에 적기라고 보는 쪽이 있는가 하면 결국에는 농협중앙회가 어떤 식으로든 인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이 같은 안팎의 우려를 한 몸에 짊어지고 있는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인사를 한 달여 앞두고 "농협은행장은 법적으로 중앙회장과 관계없이 선임할 수 있다" "학연과 지연을 철저히 타파하고 인사 청탁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주는 등 단호하게 대처해 성과중심의 인사와 조직문화를 농협금융에 정착시키는 계기로 삼겠다"는 등의 발언을 통해 농협금융의 인사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회장에게는 이번 인사가 자신의 조직 장악력과 신경분리 3년차를 맞이한 농협금융의 독립성을 평가 받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23일 농협금융에 따르면 지난 20일 자회사임원추천위원회 첫 모임을 시작으로 다음달 31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김주하 농협은행장의 후임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했다. 이외에 부행장 3명이 행장과 같은 날 임기가 끝나고 김학현 농협손해보험 사장의 임기는 내년 1월까지다. 이번 인사는 안팎의 우려와 달리 김 회장의 색깔이 충분히 드러나는 인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내년 1월12일로 행장 선임보다 뒤처져 상대적으로 금융에 대한 관심이 덜 하고 내년 2월이면 임기가 끝나는 현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 행장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금융 계열사 임원 인사에 대한 중앙회의 '보이지 않는 손'은 상대적으로 덜 작용할 것이라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에서 차기 행장 후보로는 김주하 현 행장과 이경섭 농협금융지주 부사장이 투톱으로 거론된다. 김 행장은 올 들어 지난 3·4분기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2% 급증한 4,31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는 등 은행을 내실 있게 키워왔고 직원들의 신망도 두터워 꾸준하게 연임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농협 조직의 고질적인 인사 적체를 생각하면 연임이 간단치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 부사장은 회장 후보자 신분이었던 김 회장에게 농협금융 업무보고를 하면서 청사진 설계를 함께했던 인물로 김 행장이 농협금융지주 부회장을 거치면서 임 전 회장의 신임을 받아 은행장으로 온 만큼 차기 행장 후보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단 입사 이후 줄곧 농협은행에서 재직해온 김 행장과 달리 이 부사장은 중앙회에서 주요 경력을 쌓아 실무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이 밖에 또 다른 행장 후보로 거론되는 최상록 수석부행장은 뛰어난 영업 성과를 바탕으로 수석부행장 자리에 올랐으나 본부 경험이 많지 않다는 게 단점이다. 행장 인사로 이 부사장 자리가 빌 경우 후임으로는 오병관 지주 상무가 1순위로 꼽힌다.

행장 선임 이후인 1월 초로 예정된 은행 부행장 인사 폭도 관심거리다. 현재 교체, 또는 신규 선임이 필요한 부행장 자리는 총 4석으로 최상록 수석부행장과 김광훈 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 이종훈 여신심사본부 부행장이 김 행장과 함께 임기가 완료되고 현재 박석모 기관·공공금융본부 부행장이 겸임하고 있는 영업추진본부 부행장 자리도 이번 인사에서 새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회장이 취임 이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해외 진출이나 핀테크 사업 등을 고려한 조직 개편이 이뤄진다면 인사는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이뤄질 수 있다. 실제로 김 회장이 해외 진출을 강조하고 있는 데 비해 현재 농협은행에는 글로벌 전담 본부가 없어 미래전략부와 국제업무부가 해외 진출 관련 업무를 나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외 계열사 대표 가운데는 유일하게 김학현 농협손보 대표가 내년 1월 임기가 끝난다. 김 대표가 이미 한 차례 연임했기 때문에 교체가 예상되며 연말 임기를 맞이하는 내부 인사 중 한 명이 대표로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 임종룡 전임 회장 당시 농협금융 계열사에 외부 수혈이 늘기는 했지만 우리투자증권 출신의 김원규 농협투자증권대표와 흥국생명 출신 한동주 NH-CA자산운용 대표를 제외하면 계열사 대표 전원이 농협 내부 출신이기 때문이다.

/김보리·박윤선기자 bori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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