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조원이 넘는 자금을 총괄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독립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최근 기금본부의 공사화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학자 시절부터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강조해온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공단 차기 이사장으로 사실상 내정됐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마감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공모에 문형표 전 장관과 교수 2명이 지원한 가운데, 국민연금 안팎에서는 문 전 장관이 사실상 차기 이사장에 내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 이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복수의 후보 가운데 복지부 장관이 한 명을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게 된다. 임원추천위원회를 거치기는 하지만 인선 과정에서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되는 구조로 문 전 장관이 청와대와 교감 속에 응모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전 장관은 기금운용의 독립에 대한 소신을 갖고 있다. 그는 2007년 12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 시절 발표한 논문에서 "기금운용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기금운용위원회를 특정부처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행정위원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부처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기금운용 권한과 책임을 복지부에서 분리, 별도의 독립적인 기구로 이양하자는 것이 요지다. 그는 복지부 장관 재임 시절에는 기금운용의 전문성과 수익을 높이기 위해 국민연금공단에서 기금운용본부를 떼어내 별도의 독립된 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지난 7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 △기금운용위원회의 상설기구화 △국민연금정책위원회 위상과 전문성 강화 등을 핵심으로 하는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대표적이다. 당시 문 전 장관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부실 대응 논란으로 경질론에 시달리지만 않았다면 기금본부 공사화 논의도 탄력을 받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전 장관이 차기 이사장에 내정되면서 기금본부 공사화는 내년 4월 총선 이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기금본부 공사화에 찬성하는 여당 측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공사화를 위한 법제화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하반기 중에 법안이 통과되면 오는 2017년부터 기금본부 공사가 출범할 수 있다. 현재 국회에는 국민연금의 독립성 강화를 주요 골자로 하는 법안이 5개 제출돼 있으며 복지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안과 여야 의원이 각각 발의한 의원안 등 법안은 병행 심사될 것으로 보인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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