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장기화로 재정난에 시달리는 산유국들이 한국 금융시장에서 1년여 만에 12조원을 인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금융감독원·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노르웨이 등 3대 산유국의 국내 주식 보유액은 지난해 7월 39조9,400억원에서 올해 9월 31조2,880억원으로 8조6,520억원(21.7%)이나 줄었다. 전체 외국인 주식 보유액 중 산유국 비중도 8.7%에서 7.6%로 1.1%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사우디는 지난 9월에만 1조원 가까운(9,463억원) 주식을 순매도해 산유국의 자금회수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채권시장도 마찬가지다. 말레이시아·노르웨이·카자흐스탄 등의 상장채권 보유액은 지난해 7월 15조1,940억원에서 올해 9월 11조8,310억원으로 3조3,630억원(22.1%) 급감했다. 전체 외국인 상장채권 보유액 중 산유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15.5%에서 11.6%로 3.9%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외환위기 가능성까지 불거지는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7월 7조3,960억원에 달했던 채권 보유액을 올해 9월 3조8,810억원으로 거의 반으로 줄였다.
산유국의 한국 금융시장 엑소더스는 유가폭락에 따른 재정난 때문이다. 중동산 두바이유는 지난해 6월23일 배럴당 111달러에서 지난달 30일 현재 43달러로 떨어졌다. 실제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재정적자 확대를 근거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강등했다. 노르웨이 정부도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세입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국부펀드에서 사상 처음으로 돈을 인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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