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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중국 경제는 공급과잉 해소 과정에서 경제성장이 더욱 둔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식 등 자산가격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어 투자의 타이밍을 늦춰야 합니다."
여의도 증권가의 족집게 애널리스트르로 유명했던 김영익(사진)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13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기업의 구조조정 여파로 중국 상하이 주가지수가 내년 1,800선까지 후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지난 1988년 대신증권에 입사해 대신증권과 하나금융투자(옛 하나대투증권)의 리서치센터장,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경제와 주가 향방에 대한 정확한 분석으로 '여의도 족집게'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서강대에서 후학양성에 힘쓰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해 저서 '두 번째 금융위기의 충격과 대응-3년 후 미래'를 출간해 "3년 내 중국에서 시작된 두 번째 금융위기가 들이닥칠 수 있다"고 경고해 큰 주목을 끈 바 있다. 그의 예상처럼 실제 중국 경제는 부동산 버블, 공급과잉 등의 문제를 노출하며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상하이종합지수 역시 올해 6월 5,166으로 정점을 찍은 뒤 급락세를 보이다 현재는 3,200선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다.
김 교수는 "2009년 중국의 투자(고정자본 형성)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80%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투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 35%에서 2009년 47%로 크게 늘었다"며 "중국이 글로벌 경제위기로 수출이 둔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투자를 늘려 경기를 부양했지만 최근 글로벌 수요가 공급물량을 받쳐주지 못하면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고성장의 후유증으로 최근 중국의 성장률이 연 10%에서 7% 안팎으로 떨어졌다"며 "중국이 재고를 떨어내기 위해서는 기업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고 그 과정에서 중국의 증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금리와 환율 시장 자유화도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올해 중국 정부는 위안화를 대폭 평가절하하면서 선진국의 양적완화에 맞서려 했지만 시장이 통제에 따라주지 않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미국·유럽·일본이 환율조작을 통해 자국의 디플레이션을 신흥국으로 수출하려고 하자 중국이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며 "중국 정부는 이번 기회를 통해 사람은 통제할 수 있으나 시장은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위안화 기축의 꿈을 이루려면 결국 자본시장을 개방하고 금리와 환율도 시장에 맡기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중국 기업들은 기존처럼 정부정책에만 기댈 수 없기 때문에 기업 인수합병을 포함해 구조조정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러한 구조조정과 성장둔화로 중국의 자산가격이 크게 떨어지게 되면 외국인투자가들 입장에서는 좋은 투자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미국 경제전망도 밝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 효과를 보며 2009년 6월 이후로 6년째 경기확장 국면을 이어가고 있지만 저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미국 증시가 경기에 비해 20%가량 과대평가돼 있는 상황이고 가계의 부채축소(디레버리징)도 현재 진행 중이어서 주가가 떨어지고 소비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달러 역시 약세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내년 미국의 성장세가 둔화되면 4차 양적완화 얘기가 나올 수 있다"며 "또한 중국 정부가 투자 다변화와 구조조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 국채를 대거 내다팔고 있는 점도 달러가치 하락을 주도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김창영기자 kc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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