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마틴 챌피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인터뷰
“성공 보다 실패가 더 많은 것이 과학 연구의 ‘본질’, 노벨상은 그 과정에서 받는 보상”
美 국립 과학원 ‘인권 위원회’ 의장 맡아 “인류에 도움된다면 수상자 지위 얼마든 활용하겠다”
“한국도 과학자가 ‘기존 연구 성과와 새로운 발견 사이에서 수 많은 좌절을 겪고 결국 과학적 발견을 얻어내는 사람‘ 임을 이해하고, 조급해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노벨상 수상 가능합니다”
2008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마틴 챌피(68·사진) 미국 컬럼비아대 생물과학과 교수는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노벨상 조급증’을 경계했다. 올해 노벨 생리학상과 물리학상을 중국의 투유유 전통의학원 교수, 일본 카지타 타카아키 도쿄대 교수가 받으면서 노벨상 수상 전력이 없는 한국은 더 없는 위기감과 조급증에 휩싸였다. 그러나 챌피 교수는 “과학자는 원래 ‘경계선(edge)’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남들이 모르는 사실을 발견하는 사람들이기에 당연히 성공보다 실패가 많을 수밖에 없으며, 이것이 연구의 본질”이라며 “이를 이해하고 장기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류를 타는 연구개발(R&D), 한 가지 주제에 대한 꾸준한 탐구를 막는 분위기는 경계해야겠지만, 그렇다고 패배주의에 빠질 필요는 없다는 조언이다. 챌피 교수는 챌피 교수는 “실패 사례는 결국 또 다른 아이디어가 되고 연구 방향을 제시한다”며 “노벨상은 그 과정에서 받는 보상”이라고 말했다.
챌피 교수는 ‘녹색 형광 단백질(GFP)’로 신경세포나 암세포가 어떻게 자라며 퍼져가는지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해 노벨 화학상을 받았으며, 지난 11~12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개최한 ‘세계과학한림원 서울포럼’에서 강연하기 위해 두 번째로 한국을 찾았다. 챌피 교수는 “노벨상을 탄다고 연구소 밖에 투자자가 줄을 서거나 ‘자신을 받아달라’며 연구자들이 매달리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며 “노벨상은 연구의 한 과정일 뿐, 과학 자체를 즐기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챌피 교수는 노벨상을 받아 좋은 일로 “인류 사회에 목소리를 낼 기회가 더 많아졌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로 그는 미국 국립 과학원 인권위원회(CHR·Committee of Human Rights)의 의장이기도 하다. 13명의 위원, 국립 과학원 회원 중 1,500명이 외부 활동가로 있는 위원회는 세계 각지에서 정부의 탄압을 받는 과학기술자나 의료인을 돕는다. 해당 국가에 서한을 보내거나 직접 방문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탄압받는 이의 가족을 지원하는 일도 한다. 챌피 교수는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조롱하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태형 1,000대를 선고받은 사우디아라비아 블로거 라이프 바다위를 위해 올해 초 사우디 정부에 항의 서한을 보내는 ‘개인 활동’도 했다. 챌피 교수는 “위원회 참여도 ‘노벨상 권위라면 (위원회 주장에) 설득력을 더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사회와 과학계를 위해 공헌할 수 있다면 얼마든 노벨상 수상자의 지위를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