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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중국 법인 대거 홍콩증시로

한국산 제과·화장품 인기 높아

오리온·아모레퍼시픽·이랜드 등 내년 현지서 기업공개 추진

"상장된 기업에 중국인 더 애정

중화권 자금 조달도 수월해져"


중국 시장에서 양호한 실적을 거두면서 현지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의 현지법인이 내년에 대거 홍콩 주식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홍콩 시장에서 기업공개(IPO)를 하면 중국 현지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데 보탬이 될 뿐만 아니라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오리온과 아모레퍼시픽·이랜드·베이직하우스 등의 중국 현지법인들이 홍콩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현지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꽤 높은 소비재 관련 기업들이 현지시장 강화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홍콩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며 "국내 IB업계가 국내 기업들의 중국 현지법인 상장을 내년의 중요한 사업 화두 중 하나로 삼을 정도"라고 밝혔다.

홍콩 증시 상장 1순위로 꼽히는 곳은 대형 제과업체인 오리온이다. 오리온은 홍콩의 '판(PAN)오리온코퍼레이션'을 통해 6개의 중국 법인을 거느리고 있다. 오리온 중국 현지법인의 올 3·4분기 누적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3%나 늘어 중국 제과시장 전체에서 1위를 기록할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중국 법인도 홍콩 증시 상장을 위한 물밑작업을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중국 법인은 지주사 형태로 아모레퍼시픽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연구개발 및 판매 자회사를 두고 있다. 아모레는 홍콩에도 현지법인이 있지만 규모가 큰 중국 법인을 상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한국산 제과와 화장품에 대한 인기가 중국 시장에서 매우 높고 지주회사를 통한 지배구조가 자리 잡혀 있기 때문에 매출 규모 등 기본적인 조건만 충족시키면 홍콩 증시에 상장하는 데 무리가 없다"며 "이 때문에 외국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두 업체의 상장주관을 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의류 업체인 베이직하우스는 홍콩법인(TBH글로벌)을 현지 증시에 상장하기 위해 이미 골드만삭스와 UBS를 상장주관사로 선정했다. 지난해 9월에는 지분매각 형식으로 골드만삭스로부터 9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당시 골드만삭스는 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도 받았다. 이외에도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타진했던 네이처리퍼블릭 역시 IPO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홍콩 증시 입성도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기업들의 중국 현지법인이 홍콩 증시 입성을 노리는 것은 자금조달 외에도 현지사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한 대형 증권사의 IPO 담당 임원은 "중국 소비자 관점에서 홍콩 증시에 상장된 기업과 비상장사인 한국 기업을 바라보는 눈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중화권 자본의 투자를 받기 위해서라도 상장을 시키는 편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아직까지 홍콩에 상장된 한국 기업이 없어 IPO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지 금융당국의 심사가 더욱 까다롭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라고 덧붙였다. /지민구기자 mingu@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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