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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과점주주에 지분 30% 팔면 'MOU 족쇄' 풀린다

경영 자율권 대폭 확대… 당국, 조기민영화 추진

금융당국이 우리은행 매각의 족쇄가 돼온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을 우선 완화하고 과점주주에 지분 30%를 매각하면 이를 완전히 풀기로 했다. 정부가 우리은행 경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투자자를 끌어들이겠다는 복안이다.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예보와 우리은행이 맺은 MOU를 시중은행 수준으로 완화하고 지분의 30%를 과점주주에 팔면 MOU를 해지한다는 내용의 개선안을 2일 발표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의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맺은 MOU가 오히려 우리은행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해 상업은행으로서의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명순 금융위 구조개선정책담당관은 "우리은행의 경영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가운데 조기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정부 의지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개선안을 보면 우리은행에 대한 수익성 지표 관리가 비용통제 관점에서 결과지표 중심으로 바뀐다.

이에 따라 주요 비용과 인력관리를 통제하던 MOU 규정을 삭제하고 시중은행의 수익성 평가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추가한다. 이로써 광고선전비와 전략적 지점 확대 등으로 영업력을 높일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그동안 우리은행은 시중은행보다 임직원 생산성 목표가 높은 반면 판매관리 비용은 낮게 책정됐다.

은행 경영진이 중장기 성과를 중시하도록 한번에 많은 자금이 들어가는 정보기술(IT) 투자, 통상임금판결 소송 비용, 명예퇴직 확대 등 인력구조 개선 비용, 출자전환주식 매각 손익은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불시에 은행에 찾아가 점검하는 임점 검사는 1년에 두 번에서 한 번으로 줄이고 서면검사로 대체한다. 목표 이행 수준을 평가할 때 지표별 과락제를 없앤 반면 시중은행 보다 잘했을 경우는 가점을 부여한다.

우리은행 측은 시중은행과 최대 10배 가까이 차이 났던 광고 선전비를 늘리고 전략적 지점 개설을 통해 영업경쟁력을 높이게 됐다며 환영하고 있다. 임직원 수나 임금수준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상업은행으로서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자율성이 제약돼 왔다"면서 "앞으로 매각 가치도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에 과점(寡占)주주가 형성되면 MOU를 아예 해지하겠다고 밝힌 것도 매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해 30% 이상 지분을 묶어 파는 기존 경영권 매각 방식 외에 지분 4~10%씩을 나눠 파는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도입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예보가 가진 전체 지분 51% 가운데 30%만 먼저 팔려도 예보는 경영에서 손을 뗀다. 이는 중동의 국부펀드가 우리은행 매각에 관심을 보이는 상황에서 유인책이 될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중동은 한국에 금융규제가 많은데 민영화를 하더라도 정부가 소수 지분을 통해 계속 관여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갖고 있다"면서 "정부가 MOU를 명분으로 경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세원기자 w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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