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대우증권 인수전에 뛰어든 미래에셋증권의 자금조달에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으로 산정된 유상증자 신주발행가액이 당초 기대보다 낮게 책정된데다 오는 4~5일 예정된 청약에서 실권주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을 넘어 미래에셋그룹 차원에서 보유자산 매각 또는 유동화 등으로 부족한 인수자금을 메우는 이른바 '플랜 B'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미래에셋증권은 주주배정방식으로 진행되는 유상증자 최종 발행가격을 2만1,750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최초 발행예정가격인 2만7,450원보다 5,700원(20.7%) 낮아진 가격이며 1차 예정가(2만2,850원)보다 1,100원 인하된 수준이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이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총 9,561억원으로 유상증자 결정 당시 예상된 1조2,066억만원보다 2,500억원 이상 부족해졌다.
따라서 당장 2,5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당초 유상증자로 조달한 1조2,000억원에 1조원가량을 추가 확보해 대우증권 인수전에 나설 계획이었다.
4~5일 예정된 신주 청약에서 실권주가 발생하면 조달해야 하는 자금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최대주주는 미래에셋캐피탈로 38.0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수관계인 지분은 40% 정도다. 나머지 60% 지분 가운데 절반 이상이 소액주주들의 몫이며 국민연금공단(7.05%), 에셋플러스자산운용(5.03%)이 갖고 있다. 9월 진행해 100% 청약이 된 우리사주조합의 몫 614만4,205주(13.9%)를 제외하면 3,781만4,404주(86.1%)가 청약 대상이다. 만약 20% 정도의 실권주가 발생하게 되면 조달 가능한 금액은 6,579억원으로 애초 계획한 자금의 절반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그룹 차원에서 새로운 대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이 그룹 외의 전략적투자자(SI) 등 외부와 손을 잡지는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가장 먼저 미래에셋그룹이 국내외에서 보유한 부동산의 유동화가 거론되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 보유한 미래에셋타워의 매입가격은 4,000억원이지만 현재는 1조원을 훌쩍 넘어서고 있으며 파리아리마4440·호샤베라타워 등 브라질 상파울루에 보유한 빌딩도 총 8,000억원이 넘는다. 이 외에 현재 본사 건물로 사용하는 서울 을지로 센터원빌딩도 매입가만 3,400억원에 달한다. 한편 이 같은 자금 문제에 대해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며 "보유자산을 매각하거나 유동화, 사내 유동성을 이용하는 등 여러 대안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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