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의 자녀들은 올해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예상대로 승진하지 않았다. 하지만 차녀인 이서현(사진) 사장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을 단독으로 맡으며 그룹 패션사업 원톱체제를 구축했다. 패션 전문 경영인으로서 이 사장의 경영능력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사장은 통합 삼성물산 출범 이전인 지난 2013년부터 제일모직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과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 사장을 겸임해왔다.
하지만 이번 인사를 통해 제일기획에서 맡아보던 직책을 내려놓았다. 이 사장과 함께 패션사업을 이끌어온 윤주화 삼성물산 패션부문 대표(사장)는 삼성사회공헌위원회로 자리를 옮겼다. 이로써 이 사장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단독으로 경영하게 됐다.
재계에서는 이 사장이 그룹의 패션사업을 도맡으며 패션 전문 경영인으로서 그룹 내 입지가 한결 명확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세계 3대 디자인학교로 손꼽히는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한 후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하며 그룹 패션사업에 몸담기 시작했다. 제일모직 '빈폴' 브랜드의 성장을 주도했으며 합리적 가격을 앞세운 '에잇세컨즈(8seconds)' 같은 의류 브랜드가 이 사장의 작품이다.
한편 이 사장은 윤 사장이 맡아왔던 삼성물산 대표이사직은 수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 경우 삼성물산은 건설·리조트·상사·패션 등 부문별 4인 대표 체제에서 '3인 대표+오너 1명' 구조로 바뀐다. 이에 따라 부문 대표 1석이 비면서 향후 부문 간 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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