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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 두산인프라 공작기계 분할 매각에 담긴 뜻은

두산, 환란 후 사업 재편으로 환골탈태

동대문 미래창조재단 출범식2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두산타워에서 열린 동대문 미래창조재단 출범식에 참석하고 있다. /서울경제DB

두산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모범적으로 구조조정을 한 그룹으로 인정을 받는다. 특히 박용만(사진) 두산 회장은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전략기획실장과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으면서 그룹을 탈바꿈시켰다.

한국네슬레·한국코닥·한국3M 등 그룹 성장을 이끌어온 소비재 회사들을 대거 정리하는 대신 중공업·건설 등 지금 그룹의 뼈대를 이루는 회사들을 대거 인수했다. 40대의 박 회장은 당시 기업금융프로젝트팀을 이끌면서 인수합병(M&A)을 주도, '미스터 M&A'로 불렸다.

두산은 이를 통해 한화와 함께 위기를 거쳐 외형성장을 일군 양대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두산의 요즘 상황을 보면 외환위기 직후를 연상시킬 정도로 과감한 변신을 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중국 경기 하강과 건설 사업 부진으로 힘겨움에 빠지자 다시 한 번 전체 외양을 바꾸는 노력이 역력하다.

그룹 재무구조의 아킬레스건인 두산인프라코어의 알짜 사업부를 매각한 것은 통 큰 결단이다. 팔 수 있을 때 미련없이 팔아 위기상황에서 그룹 전체가 궁지에 빠져 헐값에 울며 겨자 먹기로 넘기는 사태를 방지하자는 취지다. 부채비율이 높은 다른 그룹들이 강제 구조조정 위기까지 몰린 상황에서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겠다는 뜻이 묻어난다. 재무적 고통이 있는 곳은 잘라내는 대신 면세점 등 한때 버렸던 소비재 사업이라도 '돈이 되는' 곳에는 과감하게 도전에 나서는 것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10일 이사회를 열고 공작기계 사업부문에 대해 경영권을 포함해 매각하기로 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부채비율(개별기준 186%, 연결기준 200%대)이 높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당초 공작기계 사업부문을 독립시켜 경영권을 유지한 채 일부 지분만 재무적투자자(FI)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공작기계 사업은 최근 3~4년간 영업이익률 10%대의 고수익을 유지해온 알짜 사업부라는 점에서 경영권 포기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나머지 건설기계 부문 영업이익률은 5.6%, 엔진 부문은 2.5%에 불과해 건설기계를 넘기면 회사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두산은 협상 지연에 따라 지분매각이 지연되면 재무구조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더 커질 것도 감안해 투자자들의 요청을 과감하게 수용했다. 2조원 안팎에 팔면 두산인프라코어는 부채비율을 100% 이내로 획기적으로 낮춘다.

두산은 방위산업 계열사인 두산DST 매각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FI가 49%, 두산그룹이 51%를 보유하고 있는 두산DST에 대해 두산 측은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두산이 이를 포기하고 100% 지분매각에 동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조건이 만족스러우면 우선매수권을 포기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급한 불을 끄게 되면 두산건설과 두산엔진의 재무구조 개선만 남는다. 그룹 관계자는 "두산건설과 두산엔진은 추가 지원보다는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을 개선하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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