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자존심 상해서 말 못했던 학력 콤플렉스를 공개하니 후련합니다."
박용주(63·사진) 메인비즈협회(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회장은 최근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대학 입학을 준비하고 있는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자 오히려 갑갑함이 풀린 듯 마음이 가볍다. 경북 포항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집안 형편상 학업의 꿈을 접어야 했던 박 회장에게 이른바 '중졸'이라는 꼬리표는 말 못할 콤플렉스였다. 특히 자녀들이 학교를 다니던 시절 매번 부모님의 학력을 묻는 가정통지서에는 고민 끝에 고졸이라고 적을 때도 많았다. 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2대 회장직을 제일 처음 제안받았을 때도 단칼에 거절했던 것 역시 '중졸' 학력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 집안을 책임질 거라 믿었던 큰형님의 사업이 어려워지며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지만 30여년간 부지런히 노력한 결과 가업으로 이어받은 패션내의 전문업체 지비스타일이 어느덧 750억원의 연매출을 내다보고 있다"면서 "집안과 가업을 60세가 되기 전에 반드시 일으켜 세우고 공부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어린 시절의 다짐을 이제 본격적으로 실천할 때"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를 위해 박 회장은 올 3월부터 매일 새벽5시에 일어나 협회 본사가 있는 서울 신설동 인근의 학원으로 출근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덕분에 지난 8월 7개 과목에서 80점이 넘는 고득점으로 합격할 수 있었다. 평소 동양철학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그는 현재 내년부터 다닐 대학을 물색하고 있다.
박 회장은 최근 이름도 바꿨다. 7번째 아들로 태어나 갖게 된 칠구라는 이름에 누구보다 애정이 남달랐던 그이기에 주변에서는 제법 놀라는 경우도 많았다. '얼굴 용(容)'에 '두루 주(周)'로 풀이되는 용주라는 이름은 인생 후반부를 맞이해 그동안 나의 길만 바라보며 살아왔던 것에서 벗어나 주위를 두루두루 살피고 아우르며 살고 싶은 마음가짐이 담겨 있다. "검정고시 합격으로 마치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것 같습니다.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모범이 되는 학생으로 거듭나야죠." /정민정·박진용기자 jmin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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