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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가 자체 성장동력을 잃어가며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가까이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부터 수출·민간소비·금융시장까지 중국에 좌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7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중국 기업에 대한 지분매수·인수합병(M&A) 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한 것은 중국에 저당 잡힌 한국 경제에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중국의 성장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종합적인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중국 눈치 보기는 TPP 협상 과정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났다. 한국은 TPP 협상이 진행되는 7년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중국 주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기대하다 세계 최대 경제 블록의 탄생을 지켜만 봐야 했다. 미국 주도의 TPP에 관심을 보이면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고 나아가 한중 FTA 협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TPP에 가입할 기회를 놓쳤다.
국내 경기는 말 그대로 중국 경제가 기침하면 독감에 걸리는 상황이다. 수출은 무엇보다 최대 수출 텃밭(총수출의 25%)인 중국의 경기 둔화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 1~9월 수출 감소분(261억달러·전년 대비 -6.1%) 가운데 중국으로의 감소액은 40억달러로 15%를 차지했다. 중국 경기둔화에 휘청이는 아세안으로의 수출까지 따져보면 더 심각하다. 1~9월 아세안 수출 감소분은 76억달러(-11.8%). 중국과 아세안 수출 감소분은 합쳐서 116억달러다. 중국·아세안 수출액이 지난해 수준만 유지했어도 올 수출 감소분은 261억달러(-6.1%)에서 145억달러(-3.4%)로 절반이나 줄어든다.
소비도 마찬가지다. 민간소비가 반등하고 있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짓눌린 소비가 개별소비세 인하로 일시적으로 반등한 덕이 크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하지만 소득은 정체돼 있고 고령화에 대비하느라 소비 여력은 구조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개소세가 정상화되는 내년에도 소비가 이어질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내년에 '개소세 정상화발 소비절벽'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한 희망은 중국인 관광객(유커)이다. 지난해 유커 1명은 평균 220만원(2,100달러)을 쓰고 돌아갔다. 이를 방문객(610만명)에 대입하면 총 13조 5,000억원의 민간소비가 불어났다. 한국투자증권이 이를 생산유발계수에 대입한 결과 유커로 인한 지난해 경제성장률 제고 효과는 0.3%포인트였다. 지난해 성장률(3.3%)에 중국인 관광객이 10%에 가까이 기여했다는 뜻이다.
금융시장도 중국 사정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가 있었던 8월 초부터 우리 금융시장은 중국동향에 민감해졌다. 위안화 고시 환율이 나오는 10시15분을 인용해 '10시15분의 공포'라는 말까지 나왔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중국 자금이 차지하는 위상도 날로 커져 올 들어 8월까지 채권시장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 중 중국이 압도적 1위였다. 외국인이 총 2조원을 순투자했는데 중국은 2조3,000억원어치(금융감독원 통계)를 샀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고성장에 따른 결실을 누려온 한국의 전략이 전면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0년대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우리는 중국의 고속 성장에 따른 투자기회 확대로 득을 봤지만 그때 크게 높아진 대중국 경제 의존도가 이제는 중국 경기둔화와 겹치면서 부메랑이 돼 날아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리적·정치적 측면에서 우리가 중국과의 의존도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은 만큼 중국의 변화를 적절하게 이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결국 우리와 중국 경제는 함께 갈 수밖에 없는 관계"라며 "중국 내수시장 및 서부 개발 등 중국의 변화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 변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 기업도 중국 기업 지분 확보 및 M&A로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모색해왔다"며 "중국이 중간재의 자국 조달 비율을 높이는 상황에서 중국 내수시장 공략 및 기술개발을 위해 중국 기업들의 지분 확보 및 M&A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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