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금까지 오늘 새벽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결정과 국내 증시, 한국은행의 국내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부터는 이규진 보도데스크와 함께 미국 금리인상 배경과 글로벌 경제, 한국 산업계 등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 보겠습니다.
[앵커] 안녕하세요. 미국이 드디어 기준금리를 올렸는데요, 그동안 미 연준은 하반기 들어 계속 금리인상을 한다는 말을 흘려왔죠, 미국은 왜 기준금리를 올린 건가요?
[기자]
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경기과열을 사전에 막으려는 것입니다. 미국은 지난 2008년 부동산 버블이 터지면서 큰 고생을 하지 않았습니까. 집값 하락으로 가난한 대출자들이 집대출을 갚지 못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가 터졌고, 이는 도미노처럼 금융기관들을 망가뜨려 결국 리만 브러더스가 도산하는등 금융시장이 패닉상태에 빠졌죠.
장기간의 저금리 정책으로 자산시장에 또 ‘버블’이 생겻다 터지면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가 또한번 극심한 침체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미 연준은 물가상승률이 2% 수준이 되고, 완전고용 수준인 5%가 되면 즉각 금리를 올리겠다고 계속 강조해왔던 것이죠.
[앵커] 미국이 드디어 기준금리를 올렸는데, 뉴욕증시도 그렇고, 우리 증시도 오히려 올랐어요. 금리가 오르면 증시가 약세를 보인다는 이론하고는 다른 모습인데요.
[기자]
네, 앞서 앵커리포트에서 보셨듯이 오늘 우리 주식시장은 강세를 보였습니다. 뉴욕증시도 올랐죠. 이유는 단순합니다. 이미 금리인상을 할 것으로 보고 주식을 팔 사람은 다 팔았으니까, 굳이 금리인상이 발표됐다고 새삼스럽게 주식을 매도하거나 그렇진 않은 것이죠. 예고된 위기는 위기가 아니라는 말처럼 예정된 금리이벤트가 주식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 것입니다.
[앵커]
그런데 왜 미국 금리인상을 놓고 다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걸까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알수 있듯 미국 금리인상은 당장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지 않았죠. 원달러환율도 찔끔, 그러니까 3.9원 오르는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미국 금리인상은 중장기적으로 글로벌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임은 명확합니다. 미 금리인상이 글로벌경제, 그 안에 들어 있는 한국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금융시장입니다.
금융시장 메카니즘을 볼까요.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가치가 올라갑니다. 달러값이 오르는 거죠. 그러면 신흥시장에 투자돼 있던 글로벌 투자자금들이 미국 금융시장에 투자하고 싶어 합니다.
흔히들 ‘셀코리아’라고 말하는 외국인자금 이탈이 대표적인 것이죠. 물론 12거래일째 한국 증시에서 팔고 나가는 외국인자금은 중동자금이 많다고 하지만요.
금융위기 이후에 신흥국에 유입된 자금은 총 3조5,000억달러나 됩니다. 대부분 고수익을 노린 돈으로 신흥국 채권에 몰려 있는데, 미국 저금리와 양적완화로 신흥국에 풀렸던 자금이 미국 금리인상으로 한꺼번에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앵커]
이미 신흥국에서 대거 자금이 빠져나간 사례가 있었죠. 갑작스런 미국 금리인상이 경제위기를 부른 적도 있었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난 1994년 미국이 1년만에 갑자기 3%에서 6%로 금리를 올리자 멕시코를 시작으로 중남미, 동아시아, 러시아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했죠. 한국도 1997년 외환위기를 당했죠.
지난 2013년 8월에는 당시 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를 축소할 수 있다고 말하자 이후 5개월동안 신흥국에서 돈이 대거 빠져나가는 긴축발작, 즉 ‘테이퍼 텐트럼’이 벌어졌습니다.
미국 금리인상을 앞둔 지난 3분기에는 15개국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금 약 40조원, 338억달러가 순유출됐습니다. 한국은 12조8,000억원, 109억달러가 빠져 나갔죠. 신흥국에서 돈이 갑자기 많이 빠져 나가면 단기 외채 비중이 높은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 터키, 러시아 등이 외채를 갚지 못하는 부도사태를 맞을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미국 금리인상이 초래할 무서운 리스크 중 하나입니다. 다행히 한국은 그동안 외환보유고를 계속 늘려왔고, 불황형이지만 경상수지가 흑자여서 이들 신흥국만큼 위험한 것은 아닙니다.
[앵커]
금융시장은 그렇고, 실물부문에는 미국 금리인상이 어떤 영향을 줄까요.
[기자]
네, 실물부문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우선 달러가치가 올라가면 유가는 떨어지게 됩니다. 달러가치와 유가는 반대방향으로 움직이죠.
지금도 초저유가라며 산유국 경제가 휘청거리는데, 앞으로 미국이 2017년말까지 금리를 3%대로 끌어 올리면 유가는 더 떨어지거나 반등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산유국등 신흥국들은 금융부문 뿐만 아니라 실물경제에서도 침체를 계속 겪게 되고, 이는 수출의 60%를 신흥국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