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12월 가스하이드레이트(GH)사업단이 활동 6년 만에 발표한 내용은 대한민국을 들뜨게 만들었다. 핵심 내용은 동해 울릉분지에 무려 6억2,000만톤의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매장돼 있다는 것. 연간 천연가스 사용량 3,600만톤(2014년 말 기준)으로 단순계산하면 17.2년간 사용할 수 있는 막대한 규모였다. 2004년 울산 남동쪽 58㎞ 지점 고래V구조(동해-1 가스전)에서 처음으로 가스와 초경질원유를 뽑아낸 데 이어 GH를 통해 국내에서 가스를 조달하는 자원 부국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최근까지도 외신들은 동해에 매장된 가스하이드레이트를 두고 우리와 일본·러시아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자원 부국의 부푼 꿈은 10년간 이어온 사업 막바지에 '시추 불가'라는 용두사미와 같은 결과로 막을 내리게 됐다. 난맥상을 그대로 드러낸 해외 자원 개발에 이어 국내 개발 사업마저 차질을 빚으면서 '장밋빛 전망에 근거해 정부가 허술하게 사업을 추진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만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자원개발 선진국인 미국과 캐나다도 가스하이드레이트를 안전하게 끌어올리는 기술이 없다"며 "상당히 위험하고 어려운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를 산유국 반열에 올려놓은 동해-1 가스전의 경제성도 기대를 밑돈다. 그러다 보니 2004년 이후 11년간 동해-1 가스전을 통해 생산된 1,650억 입방피트(cf)의 천연가스는 전량 한국가스공사가 사들인다. 잇따른 해외 자원 개발 실패로 부채만 37조원에 이르는 가스공사가 연간 2,000억원을 이 가스 매입에 쓰는 실정이다.
이런 탓에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가스 공사가 독점적으로 받게 돼 있는 동해 가스를 민간 업체도 살 수 있게 하는 '해저자원개발기본법 개정안'을 6월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5개월째 계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해에서 뽑은 액화천연가스(LNG)는 해외에서 들여온 가스보다 열량이 떨어져 액화석유가스(LPG)를 혼합해서 써야 할 정도로 상품성이 떨어진다"며 "글로벌 가스 가격이 반 토막 났는데 법안이 통과된다고 민간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품질 낮은 국내 가스를 사겠느냐"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화석연료 개발에 중점을 둔 제2차 해저자원 개발 기본계획(2014~2024년)을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달 말부터 파리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UNFCC)에서 포스트2020 계획이 확정되면 글로벌 에너지정책의 큰 축은 전통 화석에너지에서 친환경·신재생에너지로 무게중심이 옮겨갈 수밖에 없다. 국회 관계자는 "가스하이드레이트와 동해 가스전 개발은 2000년대 이후 고유가 시대에 맞춰진 전략"이라며 "위험한데다 투자비 회수까지 어려운 국내 자원개발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고민도 깊다. 자원개발사업의 성격상 국내외를 막론하고 긴 호흡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강조하지만 현실에서 성과가 받쳐주지 못해 여론 악화와 사업 타격을 피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동해-1 가스전에서 남서쪽으로 5.4㎞ 떨어진 동해-2 가스전 시추 작업을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며 "동해 자원개발은 국가 에너지 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당장 수익성이 떨어져도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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