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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대형마트 영업규제 정당"] "마트 휴업 해도 전통시장 안찾는데… 법·제도 현실 반영 못해"

■ 유통업계 반응

정기휴무일8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입구에 일요 휴무를 알리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사진제공=홈플러스


"각종 규제 완화로 조 단위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고 홍보하면서 유통은 규제 완화 무풍지대라도 된답니까." "법 제도가 당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요새 사람들 전통시장은커녕 마트도 안 옵니다. 손발이 묶인 채 글로벌 업체 등 온라인 쪽에 파이를 다 내주도록 국가가 판을 짜주는 꼴입니다."

대형마트 규제가 적법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온 19일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규제 완화 방침과 유독 거꾸로 가는 유통분야 판결에 대해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대법원이 영업규제의 위법성, 임대매장의 지위 등 핵심 쟁점에 사실상 지방자치단체 손을 들어줌으로써 현재 진행 중인 14건의 유사 소송은 물론 헌법소원 여부까지 불투명해지는 등 더 이상의 '규제 완화'를 기대하기 힘들어졌다는 판단이다.

◇소비자도, 시장도, 납품 소상인도 불만…누구도 환영 않는 의무휴업=전통시장과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위해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적합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지만 현실과의 온도 차는 상당하다. 영업규제 실효성은 미미한 반면 납품업체, 생산자 및 농민을 비롯한 유통업계의 매출 감소와 소비자의 불편, 휴무에 따른 '소비 증발' 효과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강제 휴무에 따른 대형마트의 매출 감소분을 연간 2조원대로 추정한다. 이러한 손실액 중 약 80%는 납품 중소기업과 농어민, 중소 협력사들이 떠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농식품범인연합회 조사 결과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농민조합의 70%가 매출이 줄었다. 안승호 한국유통학회장은 "정부 규제 중 가장 무서운 것이 무차별적인 규제"라며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만 전환해도 매출 감소액은 뚝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리서치앤리서치가 대형마트·SSM 의무휴업에 따른 소비자 행태를 조사해 보니 소비자 장바구니 지출은 월평균 5,700원씩 줄어 연 1조2,000억원의 소비가 증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이 주로 주말에 대형마트에 쇼핑 겸 나들이가는 까닭에 문을 닫으면 전통시장 등 다른 오프라인 매장을 찾기보다는 아예 문밖으로 안 나오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의 61.5%는 불편을 초래하는 영업규제가 폐지 또는 완화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더욱이 대형마트가 유동인구 증가에 기여하면서 의무휴업시 전통시장의 매출도 줄어든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유통 선진화' 귀 막는 정부…규제 완화 방안 전향적으로 모색해야=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 10여년간 전통시장에 약 2조원이 지원됐지만 시장 매출은 오히려 2000년대 이후 해마다 줄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통시장 매출은 지난 2011년 22조원에서 2014년 19조7,000억원으로 감소했다. 9월 대법원의 공개변론에서 공단이 "500여 시장 상인의 설문 결과를 토대로 전통시장의 지난해 1월 매출액이 규제 직전에 비해 12.9% 증가했다"고 밝힌 것과는 상당한 차이다.

숱한 지원에도 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쇼윈도 식에 치우치면서 핵심인 '시장의 진화'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실제 전통시장의 상당수는 2000년대 가속화된 택지 개발 등의 여파로 지역 상권 자체가 변화하며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잃은 곳이 상당하다. 특히 요즘 소비자들은 1인 가구 증가와 소비패턴의 변화 등으로 대형마트도 외면한 채 더 가까운 근거리 슈퍼나 편의점을 찾아 식품 위주로 소량 구매가 일반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마트도 멀다고 안가는 소비자들이 버스정류장과도 멀리 떨어진 전통시장에 갈 이유가 많지 않다"며 "정부 정책은 되레 마트 산업의 연착륙까지 저지하는 꼴"이라고 답답해다.

규제가 본격화된 2012년 이후 대형마트의 영업이익률은 거의 절반 수준으로 추락했고, 홈플러스·롯데마트· 이마트 등 대형마트 3사 모두 역신장 늪에 허우적대고 있다. 반면 대형마트와 SSM이 규제 여파로 출점에 브레이크가 걸린 사이 일본계 슈퍼마켓 트라이얼마트 등은 아랑곳없이 세를 확장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내수 위축을 막고 유통산업의 선진화를 위해선 손발을 묶는 영업 규제는 완화돼야 한다"며 "최소한 휴일 휴무를 평일로 전환한다거나 한 달 두 번의 휴업을 한 번 정도로 줄이는 등의 전향적인 방안이 검토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희원·김민정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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