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명절이 다가오면 국내에서는 중국 관광객인 '유커'를 맞느라 분주하다. 주식시장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관련주가 또 상한가를 기록한다. 중국 관련 다큐멘터리가 인기를 끌고 국내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중국어가 들린다. 한편으로는 유커의 발길이 일본으로 잦아지고 있다는 소식에 자영업자들과 관광업계는 걱정에 휩싸인다. 국내 상권은 이미 중국에 휘둘리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의 막대한 자본력과 성장잠재력에는 동의하면서도 신뢰도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후강퉁 거래 종목에서 예고 없이 몇 개 기업이 빠지거나 하루에 300개 종목의 주식거래가 정지된다. 중국에서 물건을 사면서 가짜인지 의심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고 고액권의 위안화 지폐를 거래할 때는 누구나 위조 여부를 확인한다. 이런 상황에서 상하이종합지수가 최근 3,600포인트선을 넘어섰다. 중국 기업의 이익이 회복되는 모습도 나타나지 않았고 경기가 나아진 것도 아니다. 위안화가 특별인출권(SDR)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덕분이다.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SDR 준비 통화에 편입된다면 통화가치의 안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신뢰도를 인정 받는다는 의미가 있다. 물론 애초 예상보다 낮은 10% 정도의 편입 비중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기축통화로 한발 더 다가선다는 것은 큰 의의가 있다. SDR 편입 이후 가장 쉽게는 위안화 자산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위안화 기반의 국채발행을 통해 중국이 보다 수월하게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지난 10월 말에는 중국 상하이와 영국 런던 증시의 교차거래인 '후룬퉁'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중국 본토와 홍콩 증시의 교차거래인 후강퉁은 '형제 사이의 교류'였지만 후룬퉁의 시행은 진정한 자본시장의 대외 개방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에서는 2012년 자본시장 개방과 관련한 3단계 정책이 발표됐다. 앞으로 10년 동안 부동산·주식·채권 시장의 대외개방, 금리의 자유화, 위안화의 세계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중국의 금융개방은 새로운 일이 아니라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과거의 사례를 볼 때 이러한 계획의 큰 틀이 수정될 가능성은 낮다. 아울러 오는 2020년은 '소강사회 건설'이라는 100년 계획이 마무리되는 시점이다. 13차 5개년 계획도 끝난다.
물론 이번에 위안화가 SDR에 편입돼도 단기적으로 중국 증시에 외부 자본이 폭발적으로 유입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SDR 편입으로 선강퉁의 개통 시기가 일러질 수 있고 중국 A주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의 진입 가능성도 높아진다. 또한 후룬퉁에 대한 언급도 늘어나면서 또 다른 대외개방 정책도 발표될 것이다. 모든 것은 차례대로 진행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눈밭을 구르는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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