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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바뀌는 행남자기 공장 가보니

"여주의 자부심이었는데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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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행남자기 여주공장에 지나다니는 사람과 차들이 거의 없이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여주=강광우 기자

12일 서울에서 차로 1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행남자기 여주공장의 분위기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공장 밖 풍경은 움직이는 차도, 돌아다니는 사람도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다. 73년만에 행남자기의 주인이 바뀌게 됐지만 예상보다 직원들은 차분했다. 공장 안을 공개 하지 않아 작업 현장은 보지 못했다. 다만 작업시간과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공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이날은 공장 관리직원들과 노조위원장이 미팅을 하며 회사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행남자기의 여주공장 관리부장은 "노조위원장에게 전날 언론에 나온 것처럼 행남자기의 주인이 바뀌게 됐다고 말했고 그 이상의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은 더 없다고 전했다"며 "한 달에 도자기 30만~40만 피스를 만들고 있는 데 오늘도 그 작업량에 맞춰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남자기 경영진들도 회사의 주인이 바뀌는 것에 대해 일부만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부장은 "일부 간부들은 회사 주인이 바뀌는 것에 대해 알고 있었고 조만간 직원들에게 공식적으로 통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원들은 이미 회사가 어려워지고 있었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동요는 없었다. 다만 과거의 영광을 반추하며 씁쓸한 표정은 감추지 못했다. 이 공장에서 14년을 근무한 한 직원은 "여주공장이 설립된 15년 전만해도 통근버스가 6대 운영됐는데 지금은 3대로 줄었다"며 "경비원도 주야간 근무로 3명이 돌아가면서 근무를 섰는데 지금은 한 명이 주간에만 경비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강 건너 오학동에 도자기 공장이 많은데 거기는 하나에 천원씩 받는 그릇들을 만드니까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라 비싼 우리 제품이 팔리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행남자기는 1942년 목포에서 창업해 지난 2002년 여주에 도자기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 최대 생산량을 자랑하는 본차이나(소 등 동물의 뼛가루를 섞어서 구워낸 도자기) 공장을 설립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실용성을 강조한 그릇이 등장하고 중국산 저가 도자기와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 업체가 공세를 펼치면서 회사사정이 안좋아지자 전날 행남자기 오너일가는 더미디어에 보유지분 대부분을 200억원에 넘겼다.

한 시민은 "여주는 쌀, 고구마 그리고 산업으로는 도자기 산업이 유명한데 여주의 자부심이었던 행남자기의 주인이 바뀐다니 마음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여주=강광우기자 press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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