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 14개 시도에 '규제 프리존'을 도입하는 것은 지역의 미래 먹거리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지역 경제발전 모델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동안 지역 경제정책은 정치논리에 따른 '나눠먹기'에 머물러 차별성과 효율성에서 한계가 뚜렷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더구나 지금은 정부 재정도 과거처럼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정책조정 국장은 "돈이 들지 않으면서 지역 먹거리를 지속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규제개혁"이라며 "규제를 풀어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면 지역 전략사업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년 6월 특별법을 만들어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전략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해소돼야 할 규제특례를 한 번에 풀기로 했다. 특별법 제정 이전에 지역에서 추가로 발굴되는 규제는 법제화 과정에서 반영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가 도입한 경제자유지역을 비롯한 각종 경제특구와 유사·중복 분야가 많은데다 기업의 실제 투자로 연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투자유치의 실효성이 낮아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조치라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는 규제 프리존에서 육성할 지역 전략사업을 개별 지역의 특성과 인프라에 맞춰 다양하게 선정했다. 첨단 정보기술(IT)이 접목된 사물인터넷(IoT)과 무인 자동차, 차세대 바이오산업, 에너지 관련 신산업이 집중적으로 배치됐다. 특히 부산과 강원도에 시내 면세점과 숙박 공유 사업을 허용하기로 한 것이 눈에 띈다. 현재 시내 면세점은 관세청 고시로 일정 수준 이상의 관광객 등 유동인구와 수요가 있어야 허가가 이뤄진다. 지난 7월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 당시 서울 3곳, 제주 1곳이 추가됐지만 부산은 기준에 못 미쳐 고배를 들었던 것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조치다. 정부는 특별법이 통과되면 관련 법령으로 규제를 완화해줄 예정이다.
지역 주민에게 숙박 공유사업을 허용하기로 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현행법은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숙박 공유 서비스를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는 특별법이 시행되기 전이라도 지자체 조례로 운영기준을 마련해주기로 했다.
광주에는 수소 융합 스테이션을 구축해 친환경 자동차의 테스트 베드로 키운다. 지역 내 500여개의 부품 업체 및 연관 기업, 전자부품연구원 등 친환경 자동차 지원 기관이 밀집해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안전상의 문제로 허용되지 않았던 수소충전소와 기존 충전·주유소(LPG·가솔린 등)의 병행 설치 및 수소 융합 스테이션 사업을 허용한다.
대구는 무인 자동차 개발을 통한 스마트카 선도 도시가 된다. 규제 프리존 내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무인차 시험운행을 허용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 경북도는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의료기기를 우선 허가하는 심사제도를 도입하는 등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육성한다. 전남도에는 '드론' 등 무인기 산업 생태계를 만든다. 시범사업지역 내 야간·장거리 비행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종합 비행성능 시험장을 만들기 위해 용도지역 변경, 환경영향 평가를 간소화한다.
중부·서부 발전이 위치한 충남도는 태양광 산업 허브로 탈바꿈한다. 하천부지 내 태양광 설비 설치를 허용하고 국·공유 부지에서 태양광 발전사업을 할 경우 최초 임대기간을 기존 10년에서 20년으로 연장해준다. 태양광 사업 투자를 위해 공기업 부채가 발생할 경우 경영평가에서 고려하기로 했다. 충북도는 LG생활건강·한불화장품 등 주요 기업과 오송 생명화학단지 등 인프라를 활용한 뷰티산업 허브로 구축된다. 화장품 제조·판매업에 대한 허가·시설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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