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방위산업 계열사 두산DST 매각이 이달 중 본격화되지만 시장의 반응이 당초 예상과 달리 뜨뜻미지근해 새 주인 찾기가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 꼽혔던 국내 주요 방산업체들의 인수 의지가 크지 않은 데다 사모펀드(PEF)들 역시 높은 가격, 사업적 한계를 이유로 시큰둥한 반응을 내비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실제 매각전에 돌입하면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7,000억~8,000억원 가격도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과 IMM 프라이빗에쿼티(PE) 등 매각 측은 조만간 잠재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설명서(IM)를 배포할 예정이다. 매각 대상은 두산DST 지분 100%로 예비입찰은 이달 중하순쯤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가기밀 유출 우려가 있는 방위산업 특성상 투자 설명서 내용 또한 방위사업청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해 매각 절차가 생각보다 천천히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인수전 열기는 달아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종합무기체계 개발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일찌감치 인수 의지를 밝힌 LIG넥스원을 제외하면 방산 관련 전략적 투자자(SI)들의 인수 의향이 엿보이지 않는다. 또 다른 유력 후보로 꼽혔던 한화그룹은 지난해 말 삼성과의 '빅딜'에 따른 재무적 문제로 일찌감치 딜에서 빠진다는 의사를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에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로템·풍산 다른 방산 업체들도 인수를 검토하지 않는 상태다. 초기에 한국타이어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비(非) 방산업체 역시 인수 후보 물망에 올랐으나 방산업 특성을 고려할 때 참여가 어려울 것이라는 게 거래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PEF들의 반응 역시 '시큰둥'하다. 국가(방위사업청)를 대상으로 하는 두산DST의 사업 특성상 매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기대할 수 있으나 매출처가 방위사업청 한 곳인 데다 마진도 고정돼 있어 인수 이후 기업가치를 큰 폭으로 끌어올릴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방산업이 국가 기간 산업인 탓에 PEF의 단독 인수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에 따라 두산DST의 매각가격도 당초 예상보다는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거론되는 두산DST 100% 지분 가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7,000억~8,000억원이다. 이번 거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재 매각을 주도하는 재무적투자자(FI)들이 생각하는 가격 마지노선이 5,000억원 수준일 것"이라며 "이는 두산DST 보유 현금 1,000억원가량을 제외하면 실질 인수가 4,000억원 수준으로 올해 두산DST 예상 상각전영업이익(EBITDA) 300억원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할 시 적정 수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두산DST는 지난 2008년 두산인프라코어가 방위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회사로 장갑차, 대공·유도 무기 등 각종 군사 장비를 생산한다. 두산이 지분 51%, IMM PE와 미래에셋PE 등 FI가 나머지 지분 49%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6,156억원, 영업이익 226억원을 기록했다. /박준석기자 pj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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