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외환과 채권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합의가 나왔다. 사상 처음으로 해외(상하이)에 원화 직거래 시장을 개설하고 중국에서 위안화 표시 한국 국채도 발행하기로 했다.
지난 31일 한중 양국은 "조속한 시일 내에 상하이에 원·위안 직거래 시장을 개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 때 포괄적 범위에서 합의한 것의 일환으로 현재는 서울에만 시장이 마련돼 있다. 한국 외국환거래법 개정 등의 절차가 필요해 내년 중 시장이 설립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 원화 직거래 시장이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뉴욕에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이 있지만 이는 선물환 시장이다.
1980년대 이후 정부는 '원화 국제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의 핵심인 해외 원화 직거래 시장만큼은 막아왔다. 헤지펀드 등 환투기 세력에 의해 국내 외환 시장까지 교란되고 자칫 우리 외환당국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상하이에 직거래 시장이 개설되면 당장 중국과 거래하는 우리 기업은 환전 수수료를 아끼고 환 리스크도 피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컨대 중국에 수출하는 우리 기업은 수출대금을 달러·위안화로 받아왔다. 이를 국내 외환 시장에서 원화로 바꿀 때 수수료를 내야 했으며 달러화 가치가 요동치면서 환차손도 입곤 했다. 하지만 중국 내 시장이 개설되면서 원화로 수출대금을 받을 길이 열리게 됐다.
중장기적으로는 원화 국제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원화의 국제화 정도는 형편없는 수준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13년 현재 전세계 외환 시장에서 원화의 일평균 거래 규모 순위는 17위로 점유율은 1.2%(200% 만점)에 불과하다.
채권 부문에서도 우리는 사상 처음으로 중국에서 위안화 표시 국채(위안화 외국환 평형기금 채권)를 발행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달러·유로 표시 국채만 발행해왔다. 발행 시점과 규모는 중국과 협의 후 정할 예정이다. 중국 본토에서 위안화를 끌어모을 길이 열리면서 국제통화로서 입지를 갖춰가는 위안화 보유량을 늘릴 수 있게 될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우리 금융기관의 중국 금융 시장 투자 한도도 높아진다. 중국은 '위안화 적격 해외 기관투자가(RQFII)' 제도를 시행해 외국인이 보유한 위안화를 들고 중국으로 들어와 주식·채권 등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국가별로 정해놓고 있다. 우리는 지난해 7월 800억위안을 배정 받아 540억위안(68%)을 소진한 상황이다. 양측은 이를 1,200억위안(약 21조6,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홍콩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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