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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지수 ELS 발행 줄인다

2017년까지 36조→25조로 당국·업계 자율규제안 도입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을 줄이는 자율규제안이 적용되면서 당장 이번 달 발행규모가 올해 평균 발행액의 100분의1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4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이달부터 H지수 ELS의 발행 잔액을 현재 36조원 수준에서 오는 2017년까지 25조원으로 10조원 이상 점진적으로 줄이는 '자율규제안'을 도입했다.

자율규제안에 따르면 우선 이달부터 전달 상환액의 범위에서만 신규 H지수 ELS를 발행을 허용하기로 했다. 기존 상품이 상환되지 않을 경우 신규 발행 자체를 어렵게 한 것이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H지수가 지난 5월 이후 큰 폭으로 하락해 지난달 상환(조기상환 포함)된 공모형 H지수 ELS는 20건, 405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올해 5월 이전까지 매달 400~800건, 2조~3조원가량 상환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자율규제안을 적용하면 이번 달에 증권사들이 발행할 수 있는 H지수 ELS는 405억원을 넘지 못한다. 이는 올 들어 9월까지 H지수 ELS의 월평균 발행액(3조4,000억원)의 1.1%에 불과한 셈이다.



또 내년 2·4분기부터는 직전분기 상환액의 90% 수준까지만 H지수 ELS를 발행하도록 해 상환되는 규모보다 발행하는 규모를 지속적으로 줄일 계획이다. 업계는 자율규제를 지속적으로 실행하면 9월 말 36조5,000억원 수준이었던 H지수 ELS 발행 잔액이 2017년 25조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H지수가 점차 회복돼 1만1,000포인트 이상으로 오르면 조기상환되는 상품들도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규제안을 탄력적으로 다시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작 증권사들은 이번 자율규제안에 대해 "사실상 신규발행을 하지 말라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최근 H지수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지수가 추가 상승하지 않을 경우 조기상환이 어려워져 당분간 발행규모도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9월 금융당국의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가 나온 직후 업계의 의견을 모아 건의한 규제안보다 강도가 강화되면서 신규발행의 길을 사실상 막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는 H지수를 활용한 ELS 발행잔액 비중을 30%선까지 축소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규제안은 20%대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여 기존 금융당국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H지수가 더 오르지 않아 조기상환이 되지 않으면 결국 신규 발행은 거의 불가능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한 관계자는 "지수가 하락했을 때가 ELS를 발행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적기지만 전달 상환액이 적어 발행액을 늘리지 못하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며 "당국의 우려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별 상품까지 '자율규제'라는 이름으로 규제를 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최근 규제 완화 기조와도 어긋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박성호·지민구기자 jun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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