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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덕신하우징 회장 2년간 10억 들여 '에코봇' 개발
강판해체 비싼 인건비 고민해결
제작비 2000만원 넘게 들지만 미래 먹거리 발굴 '과감한 결단'
"남보다 한발 앞서는게 성공비결"
단돈 300만원을 갖고 창업에 나서 25년만에 연 매출 1,000억원의 회사를 일군 이가 있다.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해 배운 게 없고, 특별한 기술도 없지만 죽을 힘을 다해 사업을 키워냈다. 건축용 데크플레이트 1위 기업인 덕신하우징 김명환(64·사진) 회장이 그 주인공. 김 회장이 이번에는 세계 최초의 현장 시공용 로봇 '에코봇'을 내놓고 신시장 개척에 나선다.
7일 서울 신월동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을 만난 김 회장은 "건설 시공 현장에서 탈형 데크플레이트(이하 데크) 하부 강판의 볼트를 자동 해체하는 '에코봇(ECO BOT)'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면서 "오는 13일부터 사흘간 싱가포르 엑스포에서 열리는 '빌드테크 아시아(BUILDTECH ASIA 2015·국제건축기술전시회)'에서 첫 선을 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건축용 데크 시장에서 명실공히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덕신하우징이 에코봇을 개발한 이유는 무엇일까. 데크는 하중이 무거운데다 콘크리트로 타설을 하고 나면 강판이 건축물에 남아 강판의 재활용이 불가능하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개발한 게 탈형 데크다. 강판과 트러스 거더가 분리되는 탈형 데크는 덕신하우징이 특허까지 취득한 기술. 그런데 문제는 탈형 데크 조립에 사용된 볼트를 해체하는 데 인건비가 많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천장에 매달려 자동으로 볼트를 해체하고, 회수하는 로봇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김 회장은 2년 전 한국로봇융합연구원과 손잡고 개발에 들어갔다.
"일체형 데크는 강판에 가려져 천장의 시공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요. 강판이 오래되면 녹이 나고 썩는데, 미관상 안 좋을 뿐만 아니라 건축물이 무거워지면서 부실 공사시 건축물이 무너지는 요인이 되기도 하지요. 탈형 데크는 시공 후 강판을 떼어내는 만큼 무게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강판을 재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예요. 하지만 볼트를 풀고 강판을 해체하는 일은 인건비가 만만치 않아 경제성이 문제로 지적됐는데 에코봇은 바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인 셈이지요."
물론 아이디어부터 개발 성공까지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2년이 넘는 개발 기간에다 비용도 10억원 남짓 들었다. 앞으로 본격 양산에 들어가면 대당 제작비가 2,000만원이 넘게 소요된다. 건설사에 로봇 사용에 따른 추가 비용을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 회장은 "현재로서는 데크에서 분리한 강판을 수거해 다시 용광로에 녹여서 절약하는 비용이 전부"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10년 후 시장을 바라보고 승부수를 던졌다고 힘주어 말한다.
"당장 1년이나 2년 후 미래를 생각하면 수십 억원에 달하는 개발비가 아깝지만 10년 후 먹거리를 생각하면 이 정도 투자는 감수해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개발은 현재를 보고 하는 게 아니라 미래를 보고 하는 거니까요. 남들보다 한 발 앞서 미래를 고민해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아직 에코봇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이지만 김 회장은 에코봇에 이은 차세대 먹거리를 고민하고 있다. 차세대 데크에 대해 그는 친환경, 경제성, 생활 편의성 등의 키워드에 맞는 제품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 연장선에서 나온 1차 제품이 바로 이번 전시회에서 에코봇과 함께 선보일 빈데크다. 빈데크는 기존에 콘크리트 타설량을 줄여주기 위해 트러스 거더 사이에 스티로폼을 넣은 제품이다. 공사 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물론 층간 소음을 줄이는 데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906억원의 매출과 106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이 회사는 올해는 각각 1,216억원과 76억원을 달성하고 에코봇과 빈데크의 매출이 본격 발생하는 내년에는 매출 2,000억원을 일궈낸다는 목표다. 배운 것도 없고, 변변한 기술도 없고, 가진 것은 더더욱 없었기에 스스로에 대한 호된 채찍질로 여기까지 올라온 김 회장은 성공 비결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똑같은 환경에서도 어떤 비전을 갖고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의 비전, 나의 미래가 만들어지는 거니까요. 가진 게 하나도 없으니 죽기 살기로 달려온 겁니다. 죽는 것보다는 사는 것이 쉬운 법이거든요."
/정민정기자 jmin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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