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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종합금융투자사의 기업대출 한도를 확대하기로 함에 따라 대형 증권사가 실질적인 기업금융 기능을 할 수 있게 됐다. 또 중기·벤처 특화 증권사 지정은 기업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등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금융당국의 조치는 증권사들의 금융투자(IB)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해 증권매매에 쏠린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고 더불어 기업 구조조정과 창업·벤처 육성에 힘을 싣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130여명에 불과한 전문투자자를 10만명 이상으로 늘려 증권사들이 다양한 투자자 상품 및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했다.
금융당국은 10년 전부터 국내 증권업계에서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나올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지난 2013년 종합금융투자사로 지정된 NH·대우·삼성·한국투자·현대 등 5대 증권사의 IB 사업은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금융위는 대형 증권사가 '진정한 IB'로 기능을 못 하는 데 대출 규제가 상당한 제약이 된다고 보고 기업대출은 물론 지급보증, 신용융자, 예탁증권 담보대출 등까지 합쳐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묶은 한도를 기업대출만 국한해 자기자본의 100%로 확대해주기로 했다.
자기자본이 모두 3조원에서 최대 4조5,000억원에 이르는 5대 증권사는 물론 3조7,000억원 규모로 자본 확대를 추진 중인 미래에셋증권까지 내년부터 기업대출을 대폭 늘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난 상반기 5대 증권사의 자기자본은 18조3,000억원에 달했지만 기업대출은 규제 때문에 자기자본의 15%에 수준인 2조7,000억원에 머물렀다. 당국의 대출 규제 완화와 더불어 신한금융투자와 메리츠종금증권도 종합금융투자사를 향해 추가 자본 확대에 나설 수 있어 증권업계의 기업대출은 20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IB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기업의 M&A, 구조조정 자문 등에 적극 나서면서 대출과 자금조달 중개 등의 업무 폭이 확대돼 수수료 수익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자본 규모 증가에도 IB 부문 수익은 10%에 못 미치고 증권매매 수익이 60%를 넘어 증시 업황에 수익성이 좌우돼왔다. 반면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증권사는 IB 수익이 40~70%에 달한다.
금융위가 중소·벤처기업 금융을 전문으로 하는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를 내년 1·4분기 중 지정하는 것도 중소·벤처의 M&A와 코스닥 및 코넥스 시장 상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IBK투자증권과 코리아에셋증권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 관련 규정이 마련되면 곧장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중기 특화 증권사는 정책금융기관과 연계를 통한 영업기회를 얻고 성장사다리펀드와 증권금융을 통해 자금을 지원 받게 된다. 중기 특화 증권사는 민관 합동위원회가 지정하고 매년 지정 유지 여부를 판단한다. 이해상충 방지 장치를 전제로 연내 모든 증권사가 헤지펀드 운용도 할 수 있게 된다.
파생상품 등 위험투자가 폭넓게 가능한 전문투자자 자격 요건도 대폭 완화돼 개인의 경우 현재 133명에서 최소 10만명 이상으로 전문투자자가 늘어날 것으로 금융당국은 전망했다. 개인 전문투자자 자격은 금융투자상품 잔액 50억원에서 '잔액 5억원, 연소득 1억원 이상' 또는 '잔액 5억원, 총자산 10억원 이상'으로 완화된다. 법인의 자격 기준은 금융투자상품 잔액 100억원에서 '잔액 50억원, 총자산 120억원'으로 바뀐다. 김학수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증권업계가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철·지민구기자 runir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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