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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같은 죽음의 문화가 만연한 세상에서 한 인간이 존엄성을 지키면서 임종할 수 있도록 도왔을 뿐입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수여하는 아산상 대상의 영예를 안은 오진복 강릉 갈바리의원 원장수녀는 수상소감을 담담하게 밝혔다. 호스피스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던 지난 1965년 개원해 50년간 말기 환자의 마지막 길을 동행하면서 '임종자의 벗'으로 자리를 지켜온 만큼 앞으로도 묵묵하게 그 갈 길을 가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15일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은 국내 최초 호스피스 전문병원인 갈바리의원을 비롯해 아프리카의 열악한 의료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힘써온 유덕종 우간다 마케레레대 의대 명예교수 등을 제27회 아산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대상을 수상한 갈바리의원은 천주교 수녀회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가 운영하는 호스피스 병원이다. 갈바리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숨진 장소로 예루살렘 북쪽 언덕의 지명이다.
갈바리의원은 호주에서 파견된 마리아의 작은 수녀회 소속 수녀 4명과 호주 자원봉사 의사 1명, 직원 22명으로 설립됐다. 설립 당시 호스피스 활동은 쉽지 않았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서 임종하는 일이 보편적이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의료진은 직접 가정을 방문해 호스피스 활동을 알렸고 노숙자나 무연고 환자를 위해 인근 여관을 빌려 숙식까지 제공하면서 정성껏 돌봤다.
현재 갈바리의원은 임종 환자들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덜어주고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완화의료서비스를 비롯해 원목과의 영적상담 및 가족상담, 미용·목욕서비스, 미술·원예치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남겨진 가족을 돌보는 프로그램을 비롯해 호스피스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견학·실습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아산재단은 호스피스의 표준 정립과 호스피스 환자의 건강보험 적용 등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 개선에 크게 기여해온 공로를 인정해 갈바리의원에 올해의 대상을 안겼다. 대상 상금은 3억원이다. 오 원장수녀는 "상금은 다채로운 호스피스 활동을 펼치는 데 쓰겠다"고 말했다.
의료봉사상을 수상한 유 교수는 아프리카에서 에이즈와 결핵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치료하고 현지 의료진 양성과 병원 설립에 헌신하는 등 의료 기반 구축에 기여해왔다. 유 교수가 지금까지 우간다에서 양성한 의사 제자는 2,000여명이 넘는다.
이 밖에 재단은 복지실천상·자원봉사상·효행가족상 등 3개 부문에서 8명(단체 포함)을 선정해 각각 3,000만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시상식은 오는 25일 오후2시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내 아산생명과학연구원에서 열린다.
아산상은 아산재단 설립자인 아산(峨山) 정주영 초대 이사장이 1989년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하고 효행을 실천한 개인이나 단체를 격려하기 위해 제정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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