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연구에 투자할 때 '시장이 없다'는 지적을 많이 해요. 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수술·청소 로봇이 이렇게 일상화될 줄은 몰랐죠. 지금 당장 시장이 없더라도 앞서 나갈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최근 서울 홍릉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본원에서 만난 여준구(57·사진) KIST 로봇·미디어연구소장은 "무인자동차·드론 등 미래 실생활에 쓰일 대부분의 제품에는 로봇 기술이 필수"라며 로봇 연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필요성을 설파했다. 20년 이상 미국 생활을 하다 지난 2006년부터 7년간 한국항공대 총장을 지낸 여 소장은 조만간 로봇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여 소장은 "현재 한국의 로봇 기술은 최선진국이 먼저 개발한 기술을 금세 따라갈 수준까지 왔다"며 "실생활에 쓸 수 있는 로봇 기술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 소장은 특히 올 1월 신설된 KIST 로봇·미디어연구소의 3년간 연구 방향을 초고령화 사회 대응으로 잡았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이전으로 공실 상태가 된 부지 일부를 첨단 요양원 등으로 꾸려 살아 있는 연구소(리빙랩)로 활용할 뜻을 밝혔다.
여 소장은 "연구실 안에서만 노약자를 위한 로봇을 개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홍릉 단지 내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이 까다롭지 않거나 필요 없는 로봇 기술을 곧바로 시험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간병인을 쓸 수 없게 한 포괄간호제 실시 이후 간호사를 도와줄 로봇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게 됐다"며 "이르면 3년 내 리빙랩을 설치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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