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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며 88%가 중소기업 근로자인데도 우리나라 중소기업 정책은 부처별로 따로 진행돼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우리 사회의 당면 과제인 청년 일자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용에 포커스를 둔 경제 정책이 필수적입니다." (신충식 에센시아 대표)
24일 서울 상암동 중소기업DMC타워에서 200여명의 중견중소기업 대표·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청년 일자리 중소기업이 희망이다'를 주제로 열린 '제4회 성장기업포럼'에서 중소기업계 대표들은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인 중소기업들이 고용 창출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는 좀비 기업으로 낙인 찍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고용에 포커스를 둔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신 대표는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방법은 있지만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가 문제인 것"이라며 "수년째 청년 고용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실천적 주체는 없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는 중소기업 정책을 지원하는 부처별로 분산돼 있어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결국 책임감을 갖고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 나갈 더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로 격상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공석 와토스코리아 대표는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청년 실업자에게 수당을 지급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 예산을 중소기업의 고용 창출을 위한 예산으로 쓴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며 "정책 수혜 대상자를 잘만 선별하면 중소기업이 일자리 창출에 큰 공헌을 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계의 자구노력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송 대표는 "팬택의 사례에서 보듯 중소기업인 역시 냉정한 평가를 바탕으로 물적 분할 등을 통해 경쟁력 있는 부분만 살리는 이른바 '클린컴퍼니'를 만들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나친 임금 인상 분위기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송 대표는 "최저 임금을 기준으로 해도 근로자의 연봉이 2,500만원이 넘고 식비 등을 포함하면 2,700만원에 달한다"며 "구직자들은 이것도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라고 하는데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 되지 않는 상황에서 급여만 올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중심의 남북경협을 통해 일자리 창출 패러다임을 새롭게 논의해 보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 부회장인 유창근 에스제이테크 대표는 "해외에서 늘 '한국은 숨겨둔 자원 북한을 가지고 있지 않냐'며 부러워한다"며 "남북경협을 통해 우리 경제 파이를 키우고 그 과정에서 일자리 창출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될 경우 국내 기업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세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 대표는 "한중 FTA가 본격 시행되면 국내 중소기업, 특히 뿌리산업은 초토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큰데 이에 대한 정부 대책은 없어 답답하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에서는 중소기업을 한계기업으로 낙인찍는 분위기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류정원 힐세리온 대표는 "기업이 성장 한계에 부닥치면 시장에서 정리되는 것이 기본적으로 맞다"며 "다만 성실히 일하며 풍부한 전문성과 경험을 쌓은 이른바 성실한 실패 기업인들까지 모두 일률적으로 좀비기업으로 매도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정부가 역점을 기울이는 창업 활성화 분위기에 오히려 찬물을 끼얹는 역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류 대표는 "문제가 심각한 한계기업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을 갖고 정리를 하더라도 성실하고 도덕적인 기업에 대해서는 재기의 기회를 주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조조정 흐름에 발맞춰 중소기업 금융지원에 소극적인 현상이 지속되면 중소기업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계기업 구조조정은 진행하되 이것이 중소기업 자금줄을 죄는 방식으로 흘러가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의 울타리에 있는 일부 부실 업체들은 문제가 있어도 그룹의 연대보증 등을 통해 대출 받기가 쉽지만 중소기업은 영업 실적이 조금만 나빠져도 은행 문턱이 높아지는 게 현실인 만큼 신규 투자와 성장동력 확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한동훈·박진용기자 hoon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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